길모퉁이엔 언제나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쓰레기장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하필 이곳에 쓰레기를 버렸다. 집안 쓰레기를 가져와서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았다. 행정기관은 누가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가 감시하고자 CCTV를 설치하고 담벽에 ‘발각 시 벌금’이라고 표지판을 붙였으나 소용없었다. 여전히 길모퉁이는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날 행정기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이 길모퉁이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깨끗하게 치우고 그 자리에 꽃 화분들을 가져다 놓았다. 담 벽에 붙인 표지판도 떼 내고 대신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라고 쓴 표지판을 붙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후로 이곳에선 쓰레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도시는 시내 곳곳에 이처럼 꽃밭을 만들어 불법 쓰레기 폐기를 막았는데 열 대 분량이나 나오던 불법 쓰레기들이 겨우 한 대에 그쳤다고 전했다. 오래된 어느 도시의 이야기이다.
따뜻한 햇볕이 세찬 눈바람보다 강하다. 사람들은 봄을 재촉하고자 얼음을 깨지는 않는다. 따뜻한 햇볕이 얼음을 녹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봄이 온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쓰레기 폐기장이 되어가는 길모퉁이에 꽃을 가져다 놓기보다 벌금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얼음을 깨서 봄을 재촉하려는 생각과 다르지 않는데도 말이다. 무엇을 금지하고 규제하여 처벌하면 악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대안이라 하기보다 응급처방이라 한다. 대안은 본질적인 처방이다. 응급 상황이라면 마땅히 응급처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후에는 본질적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꽃 화분을 가져와야 한다.
예수님을 믿는 일은 꽃 화분을 세상에 두는 일과 같다. 가장 본질적인 대안이면서 무엇보다 긍정적인 세상살이의 길이다. 답이 없는 것 같은 이 세상에 한 송이 꽃을 담은 화분으로 살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