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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칼 야스퍼스라는 독일의 철학자가 있습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스위스의 바젤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대 철학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한계 상황’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그런데 철학자로서 그의 이론과 업적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그의 사생활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내를 향한 그의 애틋한 사랑과 희생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 게르트루트 마이어는 그의 의과대학 동료였던 에른스트 마이어의 누이였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하면서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내가 1907년 24살의 나이로 게르트루트 마이어와 만났을 때 고독, 우울, 자의식 등 모든 것이 변했다 … 첫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이해하기 어려운 일치가 있었다.”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그는 결국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그는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이어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그의 삶은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독일에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의 삶에 먹구름이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치 정권을 반대하는 야스퍼스의 사상도 문제였지만 그의 아내 게르트루트 마이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 역시 큰 문제였습니다. 유대인 말살 정책을 추구하던 나치 정권은 야스퍼스에게 아내와 이혼을 하든지 대학을 떠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그의 삶에서 아내와 교수직은 모두 소중한 부분이었습니다. 대학의 교수가 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고 아내를 만난 것은 인생의 최대 행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아내를 위해 교수직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나치 정권은 아내와 결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스퍼스의 저술 활동과 강연은 물론 여행까지 금지했습니다. 야스퍼스는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며 아내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그가 버린 사회적 지위나 명예보다 아내가 더욱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나치 정권이 몰락했을 때 오랜 고통의 시간을 함께 견뎌온 야스퍼스 부부는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철학자 야스퍼스는 아내를 향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가졌던 것들을 기꺼이 희생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쳤던 분들의 희생과 섬김 덕분입니다. 일제의 국권 강탈에 저항했던 순국선열의 희생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입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고귀한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을 가능하게 해준 분들의 희생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6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입력 : 2022.06.05. am 09:4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