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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소통


지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국민은 수많은 고백과 약속을 들었습니다. 후보자들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하며 절절한 애정을 표했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자기들만이 진정한 국민의 편”이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믿어 달라” “도움을 달라”며 지지를 간청했습니다.

“말로는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선거가 있는 4~5년에 한 번 정도나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는 셈”이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기지 넘치는 지적이 새삼 상기된 시간이었습니다.  

치열한 선거전은 불과 24만7000여 표 차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정치 입문 8개월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노련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새 대통령에 선출됐습니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의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당면한 국가적 이슈들을 점검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투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지역, 이념, 세대 간 갈등에 더해 성별 갈등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임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0.73%포인트 차의 박빙의 승부는 이 시대 ‘민심의 양극화 실상’을 생생히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 지형의 견고한 지역 구도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개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후보의 ‘TK압도’, 민주당 후보의 ‘호남몰표’ 추세는 여전히 확고했습니다. 이러한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또 특정 정당에 대한 ‘철저한 배척’은 대의정치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킵니다. 즉 정당들은 국익보다 지방적 이해와 정서를 우선시하게 되고, 정치인들 역시 국민보다는 지역 맹주인 정당 지도자들에게 정성을 쏟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갈라진 나라를 통합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심각한 양극화는 공동체의 내부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선인도 이를 인식해 당선 일성으로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곳곳에 내건 감사 현수막도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는 각계의 주문 역시 ‘국민 통합의 정치’를 해달라는 바람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분열된 집은 제대로 설 수 없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전을 치른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입니다. 실제로 그는 종전이 다가오면서 남부를 반역자로 처리하자는 강경론에 맞서 합중국의 존립을 위해 시종 관용과 화해의 정신을 주장했습니다. 우리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등 직면한 국내외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무엇보다 요청되는 것은 국력의 결집입니다. ‘국민 통합’은 바로 이를 위한 선결 조건입니다.

여기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막힘없는 소통은 진정한 통합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치환경 속에서 “의회와의  대화,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또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 청와대를 해체하고 새로운 대통령실을 도심에 설치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습니다.

사실 선거 기간부터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나 세력이 없는 자신을 국민이 키워 주셨다”고 줄곧 말해 왔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습니다. 부디 이 초심을 임기 내내 깊이 간직하고 실천해 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대통령 제도를 논할 때 흔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국가 원수로서의 상징적 권한은 물론 입법 사법 행정을 망라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권한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권력에는 위험이 수반됩니다. 청와대 고위직으로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민주사회에서의 권력은 손잡이 없는 무거운 칼”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잡는 순간 손을 베이고, 행사해 보겠다고 높이 드는 순간 팔목을 다친다”고 충고합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을 보면 자신의 결정이 국가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압감에 수많은 고뇌와 불면의 밤을 보냈다고 술회합니다.

그렇기에 당선인에게는 모든 권세 위에 계시는 하나님께 무릎 꿇고 도우심을 구하는 믿음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국민과의 소통에 못지않게 ‘예수님과의 소통’에 힘쓰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의 뜻을 살피기 앞서 역사의 주인 되시는 주님의 뜻을 먼저 살피는 지혜가 요청됩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내외환경이 결코 녹록하지 않더라도 당선인께서 이런 우선순위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께서는 대통령과 이 나라의 앞길을 친히 열어 주실 것입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22.03.20. am 09:39 (입력)
김성동 장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