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2차 선교여행은 마게도냐(그리스 북부)의 첫 성(=도시) 빌립보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울 선교팀은 먼저 안식일에 기도처에 모인 여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두아디라 출신 옷감 장사 루디아와 그의 가족을 구원시킨다. 그리고는 바울 일행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점치는 귀신 들린 한 여종에게서 귀신을 내쫓는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그 여종의 주인들이 바울과 실라를 고발함에 따라 옷이 찢겨지고, 심하게 매를 맞은 후 발에 차꼬까지 채워진 후 깊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렇지만 바울과 실라는 한밤중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송드린다. 바로 그 때 큰 지진이 일어나 옥문이 열리고 사람들을 매었던 것들이 다 풀어지게 되었다. 간수가 모든 죄수들이 도망갔으리라고 생각하고 자결하려 하는 순간 바울이 급하게 제지하며 사람들이 그대로 다 있으니 염려 말라고 안심시킨다. 간수는 이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닌 줄을 깨닫고 엎드리며 어떻게 하면 구원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때 바울이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말씀을 전한다.

그러자 간수는 바울과 실라를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상처를 씻어주고 나서 온 가족과 함께 하나님을 믿고 침례를 받고서 그들에게 음식을 차려주었다. 이에 대해서 초대 교회의 교부(敎父) 크리소스톰은 “간수는 바울과 실라를 씻어주었고, 그 또한 그들에게 씻음 받았다(침례)”라고 말한 바 있다. 간수가 바울과 실라를 이렇게 대접한 것은 루디아가 온 가족과 함께 침례 받은 후 바울 일행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유하도록 한 것(행 16:15)과 비슷하다. 아마도 이 두 가정은 장차 바울의 선교 여행의 거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빌립보 교회(빌 4:15~16)의 핵심 성도들이 되었을 것이다.

날이 새자 상관들이 부하를 감옥으로 보내어 간수에게 바울과 실라를 석방하라고 했다. 그 때 바울과 실라는 “로마 사람인 우리를 죄도 정하지 아니하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가만히 내보내고자 하느냐 … 그들이 친히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행 16:37)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두려움에 싸여 직접 감옥에 와서 정중히 데리고 나가서 그 성에서 떠나기를 간청했다. 이것은 점치는 귀신 들렸던 여종의 주인들이 고발한 내용(“이 사람들이 유대인인데 … 로마 사람인 우리가 받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할 풍속을 전한다”, 행 16:20~21)이 틀렸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기독교인들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적법한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바울과 실라는 빌립보를 그냥 떠나지 않고 “루디아의 집에 들어가서 형제들을 만나 보고 위로”했다(행 16:40). 여기에서 ‘루디아의 집’은 루디아의 집이 가정 교회 역할을 하고 있었고, ‘형제들’은 그곳에 모인 빌립보 성도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바울과 실라는 전도와 구원 사역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이미 믿은 그리스도인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새신자 정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빌립보 선교는 막을 내리게 된다. 빌립보 선교에 등장한 세 인물, 즉 옷감 장사 루디아, 귀신 들렸던 여종, 그리고 간수의 이야기는 구원의 복음이 남녀노소,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바울의 빌립보 선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과 구원하심과 섭리하심이 가득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