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세요"
10년 넘게 우크라이나 복음화 위해 헌신한 세 선교사
'그들은 가족 이상' 다시 돌아가 함께 하고 싶어
전 세계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장악하기 위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과 북동부와 남부 도시에 대한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주요 시설이 파괴 되고 수천명의 사상자와 수백만명의 피란민들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던 중 대한민국 외교부의 강력한 권고로 공습이 일어나기 전 지난달 17일과 20일 귀국한 김용만·김미정·김복희 선교사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전쟁속보에 눈을 떼지 못하며 현지 성도들의 안전 확인에 나서고 있다.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2월 13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옷 몇 가지만 챙겨 아내(정봉순 사모)와 우여곡절 끝에 오스트리아를 거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만에 올 길을 4일이나 걸려왔는데 당시만 해도 지금 같은 사달이 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성도들에게 금방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선교지를 떠나야했던 김용만 선교사의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김 선교사가 사역했던 지역은 최근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간 유럽 최대의 원전 도시 자포리자이다. 교회와 성도들이 사는 곳은 원전으로부터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 다행이었지만 전해온 성도들 소식은 일대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겨 매일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크름(크림)반도에서 올라온 러시아군이 더 밀려오기 전에 아이와 여성 먼저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 위한 피란 행렬이 이어졌으나 기차역으로 밀려드는 인파로 대기 순번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교회의 피해 소식도 들었지만 김용만 선교사에게 있어 우선은 성도들의 안전이었다.
"건물은 파손돼도 괜찮아요. (성도들이) 살아만… 어떻게 되든 살아만 있으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제발 살아만…있었…으면…좋겠어요. 건강하기만을 기도해요." 김용만 선교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김용만 선교사는 2010년 우크라이나로 파송돼 그동안 영산신학대학을 통한 제자 양육, 자포리자순복음교회를 통한 목양 그리고 마약재활센터를 운영하며 재활 사역에 힘써왔다. 개척된 교회만도 15군데나 된다. 곳곳에서 사역하는 제자들이 걱정 돼 김용만 선교사 부부는 매일 울며 기도하고 있다.
<사진위 피란을 위해 역으로 몰려든 사람들. 현지인 사역자가 김용만 선교사에게 보내온 사진이다>
'우크라이나'만 불러도 눈물이
김용만 선교사 내외와 함께 17일 입국한 김미정 선교사는 올해로 선교사 20년차다. 김미정 선교사의 사역지는 자포리자 위쪽에 위치한 인구 100만여 명 도시 드니프로. 이곳에서 드니프로임마누엘순복음교회와 노브이스벳임마누엘순복음교회를 개척해 사역해왔다.
"슬픔, 무기력함의 연속이었어요. 성도들은 아직까지 안전하지만 전력, 수도가 끊긴 열악한 상황이에요. 시급한 건 음식입니다. 평소 20흐리우냐(한화 840원 정도)였던 빵 값이 500흐리우냐(2만1000원 정도)로 올랐고 이마저도 살 수 없어 남은 음식을 아껴먹고 있다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요. 사역자를 포함해 몇 가정이 현재 피란길에 올라 서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 중이지만 수술한 지 2주 밖에 안된 동료 목회자, 남편과 헤어질 수 없어 그곳에 남은 아내, 끝까지 조국을 지켜 싸우겠다는 청년 등 떠나지 않은 이들도 많아 매일 기도합니다. '주님' 이름만 불러도, '우크라이나' 말만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매일 밤 우크라이나 선교사들과 기도
2005년 파송된 김복희 선교사는 15년 동안 자포리자에 위치한 영산신학대학에서 사역하다가 지난 2019년 10월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에 오데사반석순복음교회를 개척했다. 그러나 곧바로 터진 코로나19로 사역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침공까지 이어졌다.
"오데사 역시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시민들이 방파제를 쌓고 러시아군 저지에 나섰다는데 현지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성도 간, 교회 간 상황을 계속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기도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성도들의 사망 소식이 없다는 게 가장 다행입니다."
김복희 선교사는 귀임 명령에 타교단 한인 목회자들과 13일 접경국 몰도바까지 차로 이동했다. 그리고 터키를 거쳐 한국까지 오는데 닷새가 걸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급히 옷만 챙겨 나오며 성도들에게 3월에 만날 거니깐 걱정 말라고 했는데…."
김복희 선교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중 한국으로 귀임한 선교사 25가정과 매일 밤 9시부터 한 시간씩 우크라이나를 위해 중보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선교사는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성도들이 소망의 하나님만 바라보며 인내로 하루하루를 버텨주기만을 바란다. 소망의 항구로 이끄실 하나님만 기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 위 우크라이나에서 슬로바키아로 피란 온 성도들을 이구학 선교사(맨 왼쪽)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용만·김미정·김복희 세 선교사는 지난 8일 한자리에 모였다. 향후 행보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사역중인 이구학 선교사가 교회 안에 우크라이나 성도들을 맞이할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김미정 선교사는 13일 오후 슬로바키아로 출국한다.
우크라이나를 극적으로 탈출한 14명 성도들이 10일 밤 10시(현지시각)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해 현재 이구학 선교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
'순복음의 연대감'에 고마움을 전한 김미정 선교사는 "자국을 떠난 성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이라며 "그들 곁에서 함께 예배드리며 위로하기 위해 간다"고 말했다.
김용만 선교사도 다음 주에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폴란드 국경 쪽으로 갈 예정이다. 상처 입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위로하며 그들을 도울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암담한 현실 앞에 지금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기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복희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는 말씀처럼 예상치 못한 일 앞에 담대히 버텨주길 기대했다. 그리고 한국 성도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와 지원을 당부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연단을 통해 반드시 하나님의 소망을 보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우크라이나 성도들이 믿음 안에서 우뚝 서도록 용기를 전해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