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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목사의 고전(古典)에서 길을 찾다] ②천로역정

‘인정’과 ‘인터페이스’는 같은 말이다
다음 세대와 소통에 필요한 요소들

팬데믹에도 봄이 올까. 코로나19로 삶이 닭가슴살 씹는 것처럼 퍽퍽할 때 읽을만한 좋은 책이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이다.

줄거리는 익숙하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등에 무거운 짐(죄)을 지고, 손에는 한 권의 책(성경)을 들고 고향인 ‘멸망의 도시’를 떠난다. 도중에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낙담의 늪’ ‘죽음의 계곡’ ‘허영의 거리’를 지나 천신만고 끝에 ‘하늘의 도시’에 당도하는 여정을 그렸다. 자녀들과 말이 안 통할 때 역정 내지 말고 천로역정을 한 손에 들어보자.

저자 존 번연은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에게 설교하기 위해 쇠사슬에 묶인 채 그들에게 갔다”고 자서전에 쓸 정도로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영적인 침체기를 겪고 감옥살이 가운데 오직 긍휼의 눈으로 이 책을 썼다.

우리가 긍휼함으로 품어야 하는 세대는 ‘다음 세대’다. 홈런왕 행크 아론은 얼마나 연습을 했던지, 날아오는 공이 수박처럼 크게 보였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살리고 싶다면 날아오는 수박처럼 보일 때까지 관찰해야 한다.

천로역정을 읽다보면 개그코드 없이도 웃게 된다. 등장인물에 붙여진 이름 때문이다. 다음 세대와 재미있게 토론할 수 있는 팁조차도 천로역정은 친절히 제공한다. 우리가 신앙생활 가운데 만나야 할 대상은 도움, 선의, 해석자, 용감한 사나이, 분별, 경건, 자애, 믿음이다. 반대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변절, 한때 믿음, 아첨꾼, 사심, 의심, 수다쟁이, 불만, 나태, 거만, 위선, 낙심, 고집 등이다. 전통적인 해석에서라면 ‘그런 사람들 만나지 마라’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사람을 가려 만나다가는 왕따되기 쉽다.

문제는 만남이 아니라 동행함이다. 답은 다음 세대도 알고 있다. 이때 필요한게 ‘인정’하는 소통의 기술이다. 스타벅스는 ‘라떼의 법칙’(Latte method)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말을 귀담아 듣고(Listen), 인정하며(Acknowledge),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고(Take action), 감사한다(Thank). 그리고 이유를 설명한다(Explain). 설명은 경청으로부터 시작됨을 유의하자. 또한 설명은 질문을 허용해야 한다.

고전 명작들은 성경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았다. 파스칼의 <팡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그렇다. 우리는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영화 <컨택트>(드니 빌뇌브 감독)에 보면 여주인공이 서로 다른 소통 체계로 인하여 큰 어려움을 겪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반면, 300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천로역정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한다. 책으로서만이 아니라 영화로 뮤지컬로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날 수 있다.

버저비터의 기적이 수 만번 연습을 통해 이루어지듯 인터페이스의 다양함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봄이 오면 냉이된장국이 제맛이다. 양파를 넣어야 맛깔나기도 하고 새우로 밑국물을 내야 시원하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든 냉이의 상큼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잘 어우러지게 하기 위한 같은 방향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임 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군산교회 담임)


 

기사입력 : 2022.02.13. am 09:58 (입력)
임훈 목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