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가까이하던 책 중에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림 동화책 같은 책이었다. 책 표지에는 큰 나비가 날고 있었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나비 이야기나 꽃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나비도 꽃도 아닌 애벌레였다. 책 내용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내용이었다. 어느 날 기어 다니기만 하던 애벌레가 높이 솟은 기둥을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놀랍게도 애벌레 기둥이었다.

애벌레들은 기를 쓰고 기둥 정상에 올라가고 있었다. 기둥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서로 짓밟고, 짓밟히고 그런 아수라장이 없다. 애벌레도 기둥의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달려든다. 결국 꼭대기에 올라선 애벌레. 애벌레가 기둥 꼭대기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기둥 꼭대기에서 내려오며 애벌레는 기둥 꼭대기에 오르려는 애벌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꼭대기에 가 봤어. 그런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나 다른 애벌레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기둥 꼭대기를 향해 서로를 짓밟으며 올라갈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비가 될 애벌레다. 나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사랑의 씨앗을 한 꽃에서 다른 꽃으로 나른다.’ 이 책에는 이런 말도 등장한다.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선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날아야 해.’ 애벌레는 꽃들에게 희망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꽃가루를 옮겨주기 때문에 꽃들이 온 천지에 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전 세계가 아직도 애벌레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애벌레의 삶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비의 삶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 누구도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희망이 어디에 있는가? 지난 연말 이어령 교수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역사적으로 항상 대역병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나은 번영이 이뤄졌다. 이 팬데믹 패러독스의 마지막 희망은 기독교”라고 말했다. 기독교가 희망이라는 말은 예수님이 희망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 가운데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절망의 존재가 아니라 나비가 되는 애벌레가 꽃들에게 희망이 되듯 코로나 시대에 모든 믿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을 향한 희망이 됨을 잊지 말고 신년에는 오직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