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팬데믹 이후 제대로 절기를 축하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백신의 보급과 함께 다시 예전과 같은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우리는 다시금 문을 걸어 잠그고 이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이맘때가 되면 전 세계에서 성탄절을 맞이해 예수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을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을씨년스러운 풍경만이 남았다. 베들레헴 예수 탄생교회 광장 앞에 서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는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고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베들레헴은 고요하기만 하다. 과연 언제 우리는 북적이는 활기찬 기쁨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남는다.
12월에는 기독교인들의 절기인 크리스마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에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물리는 절기 하누카가 있다. 하누카는 빛의 절기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절기이다. 이 절기는 정확히 성경에는 언급되지는 않지만 신약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수전절이라는 절기를 지켰다는 이야기만으로 등장한다. 이 수전절은 유대인들이 성전을 회복한 날로써 헬라인들에 의해 더럽혀졌던 성전을 수복하고 지켜진 절기로 알려져 있다. 이 절기는 보통 겨울에 찾아온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절기에 예수님이 탄생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크리스마스는 12월로 기독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절기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크리스마스는 종종 이스라엘의 절기인 하누카와 그 시기가 맞물릴 때가 있다. 예수님의 탄생의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12월 25일이 아니라고 하고 또는 그 날을 전후로 태어난 것이 맞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하나님의 절기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의 성취로서 오신 분이기에 분명 어떤 절기들과 연관이 되어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를 믿는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탄생을 가을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장막절 기간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빛으로 오신 분이기에 빛의 절기인 하누카야말로 예수님의 탄생과 맞물린 절기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크리스마스와 하누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일 것이다.

하누카는 헬라제국 시절에 압제당하던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의 보루였던 성전을 지켜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대인들은 거룩한 성전을 더럽힌 헬라인들을 물리치고 다시금 성전을 회복했지만 성전의 촛대를 밝히기에는 기름이 부족했다. 하루 분량밖에 남지 않았던 기름으로 다음 기름이 준비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하누카의 전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어떤 믿는 유대인이 필자에게 나누었던 은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유대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더럽혀진 성전을 되찾고 정화했으나 그 안에 밝혀져야 할 촛불에는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은 유대인들에게 남은 희망이 더 이상 없다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그 빛은 꺼지지 않았고 그들은 계속 성전 빛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진짜 하나님의 빛이 이 땅에 오셨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 가운데 가장 어두운 시기에 예수가 오셨다. 성탄절은 그런 날이다. 인간의 노력과 애씀이 있었어도 결국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꺼질 수 밖에 없을 인생에 빛이신 예수가 오신 것이다. 이로써 모든 인류는 자신들을 밝히는 빛이신 예수를 계속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유대인에게 하나님의 빛이 오신 것이다.”
예수님이 태어나셨던 때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암울했던 시기였다. 소망도 없고 희망도 없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겨울은 우기이다.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해서 땅이 쉬는 시기였고 다음 해의 소망을 기다리는 기간이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겨울이 되면 비가 오고 여름동안 메말랐던 땅들은 푸르게 덮여간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태동할 준비를 한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겨울의 크리스마스는 얼어붙는 계절이지만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스라엘 땅의 겨울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땅이 아니라 메마른 땅에 내려진 단비로 기경이 가능한 땅이 되는 시기에 오신 것이다. 예수님은 메마른 영혼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구원의 소식이며 빛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하누카 절기를 맞이할 때마다 이 메시지가 떠오른다. “우리는 어쩌면 빛을 잃어버린 이들이었다. 삶에 빛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빛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 빛을 우리는 잃어버리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그 빛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이 세상은 현재 팬데믹으로 인해서 모두가 절망 가운데 있다. 누구도 낙관할 수 없는 어두움만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병자들과 사망자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만 한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어려움 속에 있다. 반목과 불화와 갈등과 폭력이 이스라엘에 사는 이들을 휩쓸고 있다. 국제 정세가 이스라엘 국가를 흔들고 위협하고 있다. 전염병이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와 하누카를 통해서 가족 모두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어두운 시기에 예수님은 빛으로 이 땅에 오셨다. 메마른 땅과 같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생명을 갖게 하시려고 단비같이 오신 예수님이시다. 가장 절망의 시간에 소망의 빛으로 오신 분이며 메마른 영혼에 생명의 단비로 오신 것이다. 이번 절기 때 하루하루 촛불을 켜면서 이 세상에 하나님의 소망이 밝혀지기를 소망한다. 그 분의 빛이 모두의 삶을 비춰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우기에 내리는 단비처럼 유대인들과 우리의 영혼을 촉촉이 적셔 주시기를 간구한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