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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저력

세계 대중문화 선도자 역할 해낸 한류
우리의 사명인 세계 선교에 토양되길 기대


2021년 한해 코로나19는 우리 생활 모든 영역에 심대한 통제력을 행사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사방이 욱여쌈을 당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염려되는 것은 정신적 동요입니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91% 이상의 응답자가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국민 3명 중 2명은 막연한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같은 기관의 다른 조사에서는 ‘자살생각’의 비율이 12.4%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2.5배 높은 수준입니다.

이 같은 ‘코로나블루’현상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와의 장기간 전쟁으로 패닉에 빠진 이 시대 인류의 공통된 심리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종류의 자료들은 나라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걱정과 스트레스’, ‘무기력과 좌절감’, ‘외로움과 우울감’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처럼 팬데믹으로 세계가 얼어붙은 지난 2년 사이 ‘한류(韓流, Korean wave)’는 오히려 진일보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올해 초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표한 <2020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세계 98개국의 한류 동호인 수는 전년 대비 약 545만명이 늘어난 1억478만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한류 팬 수가 1억명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 1835개 동호회에 등록된 명단을 합계 낸 수치여서 실제 팬덤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도 내실 있는 결과들이 이어졌습니다. 4월 윤여정 배우의 제93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 ‘오징어게임’의 신드롬급 인기, ‘방탄소년단(BTS)’의 연이은 쾌거 등 낭보가 코로나로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사랑이 뭐길래>, <의가형제>,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의 중국, 동남아, 일본에서의 선풍적 인기를 발판으로 시작됐던 ‘한류’가 이제는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부에 든든히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비대면 상황과 디지털화 확대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혁신적 마인드, 그리고 이를 구현한 고도의 기술력이 큰 힘이 됐습니다. 즉 인터넷은 물론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등 다양한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이 기초가 됐던 것입니다.

작년 6월 BTS의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였던 ‘방방콘 더 라이브’는 그 실례입니다. 이 공연은 “집중도를 높이는 무대 구성, 명확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이 반영된 전개, 높은 IT 기술력을 활용한 현장감 극대화” 등 온라인 콘서트 기획의 정수를 보여 준 교과서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107개 지역에서 75만 66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습니다.

또한 ‘탁월한 콘텐츠 차별성’도 한류 성공의 요인으로 꼽힙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독창적 상상력, 따뜻한 인간미, 현대인의 관심과 고민을 반영한 적절한 시의성 등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게임>의 경우 오락성이 큰 ‘서바이벌 데스매치’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황금만능주의, 계층 갈등 등 사회성 높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담아내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경쟁 구도와 죽음으로 긴장을 극대화”하면서도 가족, 효심, 희생 등 휴머니즘적 요소들을 적절히 부각시킨 것은 이 드라마가 지닌 특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실력 있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한류 작품들의 성가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무대 경력 50년이 넘는 윤여정, 오영수 배우를 비롯한 실력 있는 연기자들의 출중한 캐릭터 소화 능력이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을 수작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류 콘텐츠들이 보여 준 시대를 품는 공감 능력입니다.

2019년 12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꼭 2년이 지난 지금 ‘언택트 문화’는 불가피한 삶의 표준이 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로 상징되는 비대면 세계에서 현대인들은 고립감과 두려움, 무기력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 BTS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실제로 빅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 ‘라이프 고즈  온’ ‘버터’ 등은 모두 팬데믹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힐링송’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BTS를 ‘올해의 연예인’으로 선정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고통과 냉소가 가득한 시기에 친절, 연결, 자기 포용을 담은 메시지에 충실했다.”

K드라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은 “작품 속에 담긴 따뜻한 인간성, 애틋한 연민과 속 깊은 연대 의식” 등이 코로나 폐쇄로 교류가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는 이유라고 분석합니다.

2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인류는 침체와 불안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명한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21세기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가진 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2021년 한국의 대중문화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계인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용기와 재미를 제공하고 행복 에너지를 공급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한국인들 속에 체화된 ‘한(恨)’‘정(情)’‘흥(興)’의 ‘한류 DNA’가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11월 27일 제42회 청룡상 시상식에서의 윤여정 씨의 인사말은 의미가 깊습니다. “올해는 정말이지 어리둥절한 한 해였다. 몇 주 전에 영국의 한 기자가 묻더라. ‘한국 대중 예술이 이렇게 갑자기 각광 받는 이유를 아느냐’라고. 나는 당당하게 ‘우리는 언제나 좋은 드라마, 영화, 음악이 있었다. 단지 지금 세계가 우리를 주목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 말을 후배들이 책임지게 해 달라. 그것이 내 바람이다.”

지난 4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펴낸 『코로나19 이후의 한류』에서 정신과 전문의 박한선 박사는 “한국에 대한 외국의 편견을 불식시킨 계기가 한류”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팬데믹 시대의 한류는 국가나 개인 간 거리두기가 낳을 여러 갈등들을 치유하는 ‘문화적 백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로 문화의 힘은 지대합니다. 문화교류의 기반 위에 정치, 경제, 외교 관계가 작동합니다. 2021년 세계 대중문화의 선도자(first mover) 역할을 해낸 한류의 부상이 그래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절대 사명인 ‘세계선교’에 소중한 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21.12.19. am 09:37 (입력)
김성동 장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