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 교회는 제1차 선교여행의 성공으로 인해 선교 중심 기지로 우뚝 서게 됐다. 따라서 예전 같았으면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의 말로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복음의 원칙을 굳게 세워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방인 회심자도 할례를 받고 율법을 지켜야 한다’라는 일부 유대인 신자들의 도전에 맞서서 네 가지 사항, 곧 ‘우상 숭배와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론을 도출해냄으로써 이방인 선교에 큰 걸림돌을 제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행 15:19~20).  

사도회의가 지난 후 바울이 바나바에게 제1차 선교여행의 선교 지역을 둘러보고 오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바나바는 자신의 ‘생질’(조카, 골 4:10)인 ‘마가라 하는 요한’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이에 맞서 바울은 지난 선교여행 때 선교팀에 합류했다가 밤빌리아에서 중도 하차한(행 13:5, 13) 그를 다시 데리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바나바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하여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는” 불상사가 일어났다(행 15:39).

우리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하다는 복음 진리(행 13:39; 롬 1:16~17)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맞서서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 ‘원 팀’이 되어 예루살렘 교회의 할례파들과의 ‘큰 싸움’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막상 둘 사이의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로 인한 ‘작은 싸움’에서 패하여 서로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사태를 빚은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하겠다.

사실 큰 싸움에서 이긴 후 작은 싸움에서 지는 일은 인간사에서 자주 일어난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통치에 맞서서 독립투쟁을 벌여 마침내 해방을 얻어냈지만 이내 종교, 인종 간의 갈등으로 인해 인도,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서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으로 분열된 것도 그 중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합쳐 큰 싸움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를 거둔 후에 혹시라도 모를 균열의 요소들이 자칫 분열과 반목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들을 평화적인 방향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까지 바울과 바나바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바울이 회심한 후 예루살렘에 갔지만 예루살렘 교회가 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을 때 앞장서서 바울을 변호해 준 사람이 바나바였다. 그리고 바울의 변화를 알아챈 유대인들이 그를 배신자라고 하면서 죽이려 했을 때 그를 고향인 길리기아 다소로 피신시키기도 했다. 얼마 후 안디옥에 복음이 전파되어 예루살렘 교회가 바나바를 안디옥에 급파해서 새신자들을 양육하게 했을 때, 그는 다소까지 가서 바울을 안디옥에 데려와 함께 1년 동안 성도들을 훈련했다. 그리고 이 둘은 제1차 선교여행을 성공적으로 다녀왔고, 예루살렘 사도회의 때도 하나로 뭉쳐서 할례파들의 신학적 도전을 통쾌하게 격퇴했다. 그랬던 그들이 마가를 데려가는 문제로 싸워서 서로 결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 사건은 위대한 사역자들도 약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령께서 그들과 함께하실 때 그들은 강력한 하나님의 종으로 설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일도 결과적으로 좋게 끝나게 되었다. 우선 선교팀이 두 개가 생겼다. 바울은 실라를 새로운 동역자로 삼고 육로로 선교지를 향했고, 바나바는 마가 요한과 함께 구브로 섬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훗날 바울이 마가 요한을 용서해서 동역자로 삼음으로써(골 4:10, 딤후 4:11, 몬 1:24)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 결과가 아니겠는가.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