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현재 지구촌에는 8억명의 5세 미만 아동들이 있다. 그 아이들 8명 중 3명이 성장장애를 겪고 있으며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 숫자가 4500만명에 달한다. 10억명의 사람이 굶주려있다는 통계는 여러 번 보도되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공동목표로 삼고 있는 UN이 '빈곤 퇴치, 기아 종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유다. 수치만 볼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라는 책에서 저자인 장 지글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전 지구적 변화가 필요하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가난과 빈곤에 대한 솔루션으로 '복음'을 선포한 사람이 고 조용기 원로목사님이다. 그는 전 세계를 교구 삼아 우리가 처한 고통에 대한 해답과 해결방안을 전파한 역사적인 거인이다.

그는 2001년 '시계 제로'라는 설교에서 하나님만 의지할 것을 권면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것"을 강조한다. 환경을 바라보지 말라고 한다. 오직 엎드려서 위로 열린 창문을 통해 노아처럼 하나님만 바라보라고 권면한다. 시계 제로 끝에 기적이 나타난다고 독려한다.

바울과 로마의 죄수들이 지중해에서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났다. 생존의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시계 제로다. 배의 짐을 바다에 다 던졌어도 그들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절대로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일 때 하나님의 기적은 일어났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국화를 잘 그렸다. 따뜻한 시선의 소유자였던 그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거의 시력을 잃게 되었다. 모네는 86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국화에는 '끈질김'의 의미가 있다. 사군자 중에 으뜸인 국화는 추위를 이겨내며 피는 꽃이다. 한 주간 우리 손에 들렸던 그 국화송이를 잊지 말자.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팬데믹의 시간들이지만 희망의 끈을 끈질기게 놓지 말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때가 우리의 선포기도가 위력을 발휘할 때다. 시계 제로 끝!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