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1997년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선언한 해였다. 1998년 그 이듬해는 정말 엄청난 고통과 아픔의 시작이었다. 그때 우리를 위로해 주던 실화 광고가 있었다. 햇빛에 새까맣게 그을린 앳된 얼굴의 여자프로골퍼 박세리가 연못가에 떨어진 골프공을 쳐내기 위해 양말을 벗었는데 그 양말 속의 하얀 피부가 드러난 순간. 창피할 수도 있는 그때 그녀는 서슴없이 연못으로 들어가 그 어려운 아이언 샷을 성공하고 그린 홀 컵에 볼을 넣은 뒤 유난히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호하던 장면과 바로 그 장면 속에 흐르던 노래 상록수는 온 국민의 마음에 다시 힘을 불어 넣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2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추석의 기쁨조차 잃어버리고 신음과 한숨으로 아파하는 지금 20여 년 전에 온 국민에게 힘을 줬던 그 노래가 그립다. 한때 운동권 저항가요로 금지됐던 곡. 가수 양희은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각자의 이해타산 및 진영논리에 매몰돼 신뢰와 의리를 헌신짝처럼 송두리째 내던져 버리는 세태를 보며 왠지 우리나라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상록수인 소나무의 변함없는 기상이 그립다. 아무리 힘들어도 변치 말아야 할 가족의 화목과 형제자매의 우애조차 고단한 삶에 매몰돼 사라지고 정겨운 명절의 사연조차 아쉽고 안타까운 오늘. 어떤 비바람 눈보라에도 꿋꿋하게 버텨 끝내 이겨내자고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응원해보자.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