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된 동역자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신앙의 열정 회복해야

예수님이 공생애 동안 하신 기적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일 것이다. 예수님은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전갈을 받으시고도 계신 곳에서 이틀을 더 머무르셨고, 베다니에 이르렀을 때는 나사로가 이미 주검이 된 지 나흘째였다. 나사로의 두 여동생 마르다와 마리아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소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방문하시는 길에 이 삼 남매의 가정을 즐겨 찾으실 만큼 가까운 사이였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예수님을 마주한 마르다와 마리아는 초주검이 되다시피 한 상태로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요 11:32)라고 절규했다. 예수님이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돌문을 옮겨놓으라고 하셨을 때 마르다는 오라버니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었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사로를 다시 살리셨고 손과 발이 베로 묶여 있던 그를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요 11:44)고 크게 외치셨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나사로의 부활로 인해 새 삶을 얻은 것이 단지 나사로 혼자뿐이었을까? 나사로는 가장이었고, 마르다와 마리아 두 자매의 삶의 버팀목이었다. 그런 나사로가 와병 중에 숨을 거뒀으니 두 자매의 삶은 막막하기 짝이 없었을 테고, 나사로가 부활하지 않았다면 깊은 슬픔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빠 나사로가 살아났으니 마르다와 마리아는 죽음과 같은 절망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는가! 두 자매가 얼마나 큰 감사와 감격, 간증을 가지고 힘 있게 살아갈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보면 나사로가 마르다와 마리아를 살린 것이다.

이는 구원의 역사가 지니는 특성과 같다. 구원의 역사는 복음을 듣는 사람만 살리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전한 사람도 살린다. 누군가가 내가 전한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만큼 큰 감사와 감격이 어디 있을까? 여러 문제와 질병으로 초주검이 되어 살아가던 사람이 내가 전한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어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하게 되는 것만큼 놀라운 간증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구원의 역사는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역사다. 요즘 내 신앙이 활력을 잃은 것 같다면 복음을 전해 보자.

최근에 하나님이 내게 붙여 주신 동역자 가운데 신앙의 슬럼프를 겪는 이를 회복시킨 적이 있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배와 성도 간의 교제가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신앙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불평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헌신된 동역자들이다. 하나님과의 친밀감, 기도의 열정,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믿음이 예전 같지 않다며 낙심하기보다는 동역자들이 순복음 신앙의 열정을 회복하도록 권면하고 기도해주는 것은 어떨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후 베드로는 야고보와 요한을 포함한 몇몇 다른 제자들과 함께 디베랴 호수로 돌아갔다.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다른 제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함께 가겠다”라고 맞장구쳤다. “예수님이 당신을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셔서 거룩한 사명을 주셨는데 다시 물고기 낚는 어부로 돌아가려 하는 게 말이 됩니까?”하며 베드로를 막아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회심한 바울은 아라비아로 가서 3년간 활동한 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제자들과 동역하고자 했다. 그러나 제자들은 바울을 두려워하며 멀리하고 그를 믿지 않았다. 그때 나선 것이 바나바였다. “바나바가 데리고 사도들에게 가서 그가 길에서 어떻게 주를 보았는지와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일과 다메섹에서 그가 어떻게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였는지를 전하니라”(행 9:27). 바나바가 있었기에 바울이 제자공동체와의 동역을 시작할 수 있었고 제자공동체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행 9:30).

고린도후서 4장을 보면 바울의 고난신학 가운데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구절이 있다. “그런즉 사망은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생명은 너희 안에서 역사하느니라”(고후 4:12). 쉽게 말하자면 ‘내가 죽음과 같은 고난을 통과하며 전한 복음으로 인해 너희에게는 예수의 생명이 넘치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바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비결이 있었다. “우리 살아 있는 자가 항상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11). 바울은 자신이 어떤 고난을 당해도 예수를 통해 ‘너를 살리는 게 결국은 나를 살리는 것’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예수를 통해 너를 살림으로써 나 또한 살게되는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동역자와 공동체의 힘을 보여줄 때다.

오정섭 목사(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