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권의 타락과 부패<1>

프랑크왕국의 분열 및 쇠퇴와 함께 사회적 무질서와 혼돈 역시 가중되었다. 과거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한 서로마제국 내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교황청을 질서회복의 세력으로 의지하게 되었다(2020년 11월 22일자 교회사산책 참조).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교황권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니콜라스 1세(820~867)였다.

특별히 그가 교황권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시도르  칙령은 실베스터 1세(314~335)로부터 그레고리 2세(715~731)에 이르기까지 33명의 교황들이 모든 교회들에게 권위를 행사한 서간 모음집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서간집은 훗날 종교개혁 당시 에라스무스(1466~1536)와 샤를르 뒤물랭(1500~1556)에 의해 위조문서임이 밝혀졌는데, 구체적으로 847년에서 862년 사이에 르망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당시 학식이 풍부한 성직자들에 의해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카롤링거 왕조와 영주들의 통치 사이에서 시달리고 있는 성직자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종래의 자신들이 사용하던 법령에 새롭게 창작한 초대 교황들의 서신을 추가시켰던 것이다.

이시도르 칙령이 니콜라스 1세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각 지역의 주교들을 관장하는 교황의 권한을 법으로 규정함으로써 주교들을 지방 영주의 지배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교황의 교회 수위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니콜라스 1세는 교황의 허락 없이 주교가 면직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교황의 결정사항 자체를 법령으로 규정했다. 또한 그는 교황과 대주교들 사이에 '성직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교황의 권위를 높이면서 대주교들의 권력을 약화시켰는데 이는 11세기 이후 등장한 추기경단의 효시가 됐다.

니콜라스 1세 당시 교황권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문서가 또 하나 번역되어 등장했다. 디오니시우스의 이름이 붙은 그 문서는 훗날 그 저작성이 부인되었기 때문에 '위(Pseudo)-디오니시우스 문서'라고 불린다. 이 문서는 천상의 구조와 지상의 사회 체제를 계급 구조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계질서는 로마 교황이 신정정치를 할 수 있는 신학적 기초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근거로 교황청은 교회 내의 체제는 물론 더 나아가서 교회의 영적 권한을 지상의 세속적인 권한 위에 있는 것으로 확정하려 했다.

이러한 가짜 문서들의 힘을 입어 강화된 교황권은 니콜라스 1세가 죽자 쇠퇴하기 시작했다. 세속권 위에 권력으로 자리 잡은 교황의 자리는 오히려 귀족들의 지배 야욕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를 위한 귀족들의 술수와 모략은 교황청을 타락의 길로 몰아갔다.

교황청의 본격적인 타락은 요한 8세(872~882)의 참혹한 죽음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는 로마 교황청의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사라센족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친척들에게 암살당했다. 그의 친척들이 아마 그의 재산을 노리고 독을 먹였는데 빨리 죽지 않자 망치로 머리를 때려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약 80년간의 교황청의 역사는 극심한 타락의 기간이었다.

김형건 목사(동작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