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恨) 가지고 있어
'내 편' 들어주는 분이 계시다

독성 폐수를 유출한 대기업 총수에게 235년을 선고하고, 갑질과 폭행을 일삼은 장관 아들을 공개적으로 30대 태형에 처하고, 상습 성범죄를 저지른 국민 배우에게 미국 교도소에서 20년을 복역하게 한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하고 속 시원한 '사이다'식 해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의 내용이다. 한 번쯤 악질 범죄자에게 내려진 가벼운 형량에 분노하고, 정의는 살아 있는지 의심할 때가 있다. 이때 악을 처단해 줄 정의의 심판자가 나타나길 꿈꾸는 데 이 드라마가 그렇다.  

한 맺힌 그대에게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의 가사 중 '아라리가 났네'라는 부분이 있다. '속앓이가 났다'라는 뜻으로 노래를 부르노라면 가슴 한켠이 아프고 애린다. 『아리랑』에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 '한'(恨)이 서려있다.

가슴에 맺힌 사연을 누군가에게 말이라도 하면 좀 나을 텐데 들어주는 이가 없으니 답답하다. 이야기를 한다 해도 소문으로 퍼지거나 오해를 받거나 더 억울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입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우리와 같이 포로로 끌려가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나 '한'(恨) 같은 건 서려있지 않다.

어떻게 이런 기도를

"그의 연수를 짧게 하시며 그의 직분을 타인이 빼앗게 하시며 그의 자녀는 고아가 되고 그의 아내는 과부가 되며 그의 자녀들은 유리하며 구걸하고 그들의 황폐한 집을 떠나 빌어먹게 하소서 고리대금하는 자가 그의 소유를 다 빼앗게 하시며 그가 수고한 것을 낯선 사람이 탈취하게 하시며 그에게 인애를 베풀 자가 없게 하시며 그의 고아에게 은혜를 베풀 자도 없게 하시며 그의 자손이 끊어지게 하시며 후대에 그들의 이름이 지워지게 하소서"(시 109: 8~13).

시편에 있는 탄식시로 내용을 보면 화자(話者)가 상당히 억울한 일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기도를 올릴 수 있을까? 놀랄 수 있겠지만 그만큼 하나님은 믿을만한 대상이었다. 탄식시는 '하나님이 부재(不在)하시다'라고 느낄 때 올려드리는 기도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상대방에게 말을 하면서 카타르시스(정화)가 일어난다.

분노에 낯설다

울고 싶을 때 웃고 화내고 싶을 때 무표정하게 있는 건 감정이 병든 것이다. 기독교인은 어설프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알고 있기에 무조건 사랑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노에 낯설다. 온유하고 온순해지려고만 한다. 예수님은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향해 분노하셨다. 하나님의 성전을 돈구덩이로 만든 세력에 대해 분노하셨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이심이여 매일 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로다"(시 7:11).

우리의 욕심으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를 보면 분노하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당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때 우리 밖에 있는 악의 세력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의 세력들에 대해 저주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이유는 마귀가 부당한 사회를 통해 우리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소망을 걸다

"내가 입으로 야훼께 크게 감사하며 많은 사람 중에서 찬송하리니"(시 109:30).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기도를 올리면서도 마지막 부분에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 이유는 "그가 궁핍한 자의 오른쪽에 서사 그의 영혼을 심판하려 하는 자들에게서 구원하실 것임이로다"(시 109:31)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이 어중간한 곳에 서 계시지 않고 궁핍한 자의 오른쪽에 서 계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궁핍한 자란 가난한 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외에는 비빌 언덕이 없는 사람들로 하나님이 그들의 편이 되어 주신다는 의미이다.  

우리 교회에는 『감사로 시작하는 365』 도서가 있다. 매일 한 구절의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적을 수 있다. 하나님이 들어주시니 하루를 돌아보며 억울한 일, 가슴 아픈 일, 슬픈 일 등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적어보자. 적다보면 마음의 정화가 일어나고 그분의 만지심으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게 된다. 그러면 살 수 있다.

Think! Thank!

Q1. 하나님이 해결해 주셔야 할 한 맺힌 사연이 있다면 한 번 적어보세요.

Q2. 이스라엘 백성들이 탄식기도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시 109:31)

Q3. 당신의 감정을 속이지 말고 날 것 그대로 하나님께 기도해 보세요.

김선희 교수(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