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드라에서 돌에 맞아 죽은 것으로 생각되어 성 밖으로 내쳐진 바울은 한참 후 의식을 되찾자마자 루스드라로 다시 들어갔다가 다음날 바나바와 함께 인근 도시인 더베로 가서 복음을 전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믿고 ‘제자’가 됐다. 사도행전은 이처럼 박해에도 불구하고 복음 전파의 열매는 더욱 풍성해진다는 역설적 상황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이제 바울과 바나바는 지금까지 지나왔던 선교지역을 한 곳씩 돌아보면서 새신자들의 마음을 굳게 하며 “이 믿음에 머물러 있으라”고 권면하면서 귀로에 오르게 된다. 지속적인 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그 어떤 환난과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센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전 15:58 참조).

그러면서 바울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행 14:22).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라는 말은 구원 받는 것을 의미한다(요 3:3, 5 참조). 구원 받기 위해 많은 환난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바울과 바나바의 삶 그대로를 말한 것이었다. 그들이 지나온 지역 중에서 유대인들의 극렬한 박해와 위해가 없었던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흑암의 세력들이 아무리 극성을 부린다 해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들을 지켜주시고 선교의 귀한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게 하심으로 낙심하지 않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바울과 바나바가 선교 지역을 되돌아본 또 다른 이유는 각 교회에 영적 지도자들, 즉 ‘장로들’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맨 처음 안디옥 교회에서 성령의 지시를 받아 선교사로 파송되었을 때 금식하며 기도했던 것처럼 그들은 그들이 세운 교회들마다 다시 방문해서 장로들을 택하고, 금식 기도하며 그들을 주님께 위탁함으로써 그들이 떠난 후에도 그 교회들이 뿌리를 내리고 견실하게 부흥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제 선교팀은 비시디아를 지나 밤빌리아에 도착해서 버가에서 말씀을 전한 후 앗달리아에서 배를 타고 선교 출발지인 안디옥으로 귀환한다. 그리하여 1년 남짓 진행되었던 제1차 선교여행이 끝나게 된다. 사도행전은 이 선교여행의 전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와 안디옥 교회의 기도의 결과였다고 기록하고 있다(행 14:26). 바울과 바나바는 온 성도들 앞에서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행 14:27)을 보고한 후 그곳에 머물렀다. 성령의 지시로 시작된 제1차 선교여행(행 13:1~4)을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은 성령께서 삼위일체 하나님이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제1차 선교여행의 최대 의의는 ‘하나님이…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여행은 안디옥 교회가 선교의 지경을 확대해 간 사건으로 복음이 팔레스타인 지역 바깥에서 땅 끝까지 전파되어 가는 출발점(행 1:8)을 장식한 쾌거였다. 또한 선교의 결과로 믿는 자들이 생겨나서 교회가 세워지게 되면 영적 지도자들을 세워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믿음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일종의 ‘장치’를 마련해 준 것도 제1차 선교여행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은 복음이 전파될 때마다 박해와 위협이 끊임없이 뒤따르지만 하나님께서 복음 전파자들을 구해주시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말씀과 능력을 공급해 주신 결과 복음은 더욱 왕성하게 퍼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