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신뢰하고
크리스천으로서 예배와 믿음 지키는 바른 길 걸어야
성경 인물 가운데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물을 꼽으라면 요셉이 빠지지 않는다. 요셉은 크리스천들에게 왜 사랑받을까? 요셉이 등장하는 창세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11장은 인류의 원역사를, 12~36장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생애를, 그리고 37장부터는 요셉과 그의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창세기에는 족보가 자주 등장하는데 족보는 조상과 후손을 단순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세기의 흐름을 끊고 맺는 역할을 한다. 요셉이 전면에 등장하는 37장에 앞선 36장에서도 야곱의 쌍둥이 형 에서의 족보가 정리된다. 그러면 당연히 37장에는 야곱의 족보가 등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37장은 조금 다른 식으로 야곱의 족보를 소개한다.
“야곱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요셉이 십칠 세의 소년으로서 그의 형들과 함께 양을 칠 때에 그의 아버지의 아내들 빌하와 실바의 아들들과 더불어 함께 있었더니 그가 그들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말하더라”(창 37:2).
“야곱의 족보는 이러하니라”고 시작하지만, 야곱의 후손을 나열하는 대신 요셉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얄궂게도 형들에 대한 요셉의 고자질, 요셉에 대한 아버지 야곱의 편애, 형제간의 시기 질투로 인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훗날이긴 하지만 장차 요셉은 당시 대국 중의 대국 애굽의 총리가 될 인물인데, 요셉의 청소년기나 요셉과 관련한 일화에는 특별한 은사가 감지된다거나 어떤 영웅적인 서사도 없다. 소년 사무엘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목동 다윗처럼 적국의 장수를 쓰러뜨린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한 평범한 소년 요셉의 삶에 함께하셨고 그 삶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평범한 우리 삶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하나님이 누군가에게 보내시는 감동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요셉은 어떤 사람인가? 요셉의 삶을 통틀어 보면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대표할 만한 특징이 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비뚤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형들에 의해 죽을 뻔하다가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넘겨져 애굽에 노예로 팔려 갔을 때도, 바로의 시위대장 보디발 아내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을 때도, 술 관원의 꿈을 해몽해 주고 자신의 사면복권을 바랐으나 두 해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을 때도 좌절하고 낙심해 제멋대로 살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신세를 비관해 그릇된 길로 가거나 낙심한 나머지 사리사욕을 채우는 길로 가기가 쉽다. 그러나 요셉은 아무리 억울하고 낙심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비록 한때 자신의 꿈에 대해 자랑을 일삼았던 철부지였지만, 자기 인생의 끝을 보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탐욕의 노예가 되어 분에 넘치는 것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요셉이 믿은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었을까? 아버지 야곱이 죽은 후 형들이 요셉의 보복이 두려워 요셉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요셉이 한 말에서 그 답을 알 수 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 50:20).
요셉은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믿었다. 그래서 아무리 불합리하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둘러싸여 있다 할지라도 그 상황이 전부라거나 절망적으로 끝날 것으로 단정하며 좌절하지 않았다. 물론 요셉이 가진 하나님에 대한 이런 믿음이 모든 고난을 통과한 후 얻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가늠할 길은 없다. 그러나 요셉에게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와 같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상황을 통과하면서도 그릇된 길로 가지 않기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속한 사회와 세상을 보면 하나님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탄식하게 될 때가 많다. 크리스천으로서 예배와 믿음을 지키며 살기란 더더욱 어려운 현실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분이심을 신뢰하자. 또한 하나님은 약속하신 대로 우리에게 최후 승리를 선물해 주실 것을 믿으며 끝까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바른길을 가자.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속사의 결론은 우리의 최후 승리이다.
오정섭 목사(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