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7일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2008년 요로결석 시술을 받은 적이 있어 또다시 요로결석인가 싶어 오후 6시 경 병원 응급실에 갔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진료 대기 하던 중 통증이 완화돼 새벽 3시에 집으로 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8일 오전 8시 경 숨소리가 이상해지더니 11시 경 (나는 전혀 기억이 없지만) “숨이 안 쉬어진다”며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해 구급차에 실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다. 진료 결과 급성패혈증으로 급성폐부종, 세기관지염,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 급성 신장 손상 등 일곱 가지 증상이 발견됐다.

의사는 가족에게 “이틀을 못 넘길 것 같으니 장례를 준비하라”고 했다. 소식이 일가친척은 물론 교구에 전해지면서 그때부터 중보기도가 시작됐다. 다행히 이틀이라는 시한은 넘겼지만 이후 16일 동안 코마 상태가 이어졌다. 교구 성도들은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워지자 SNS로 상황을 실시간 주고받으며 중보기도를 이어갔는데 총무권사님은 “이 같은 교구 성도들의 열정적인 중보기도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또 가족은 교대로 중환자실 앞을 지키며 내가 깨어나기만을 간절히 소원했다.

코마 상태에 있을 때 나는 빛이라고는 한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두움을 보았다. 그곳을 벗어나려 해도 문이 없었고 사방이 끈적거려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하나님, 왜 나를 데려가려 하시느냐’고 원망했다. 일찍 부모를 잃었기에 내 자식에게는 같은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소리 지르며 울다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했다.

장면이 바뀌어 경기장 돔과 같은 천장에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천장에서 돌고 있는 사람들 틈에 나도 함께 있었는데 모두들 지쳐 혀를 쭈욱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혀가 하나 같이 진한 보랏빛이었다. 그런 중에 누군가 나의 금니를 빼가겠다고 해서 ‘다 가져가라’ 하고 울다 눈을 떴더니 혀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또 다른 장면으로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높이 쳐진 아파트 울타리 때문에 서로가 반대편으로 건널 수 없는 것이 보였다. 내가 있는 쪽은 사람이나 환경이 병들고 시들어 있었지만 반대편은 모든 것이 생동감 넘쳐 보였다. 나는 ‘하나님, 왜 나는 저기를 못가고 구경만 해야 해요. 나를 데려다 주세요’라고 애원하며 반대편을 바라만 봤다. 그러다 건물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았는데 반대편에 강물과 다리, 푸른 수풀이 보였다. 나는 어떻게든 그곳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힘을 다해 마침내 강을 건넜다. 이런 환상을 본 후 3주 만에 나는 의식을 회복했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60여 일 넘게 병마와 싸웠고 패혈증으로 다리 일부가 괴사해 피부이식수술을 받는 등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이어졌지만 하나님의 도우심과 절대긍정 절대감사의 신앙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가족과 교구장 이은미 전도사님, 은평 2교구 성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복음의 산증인으로 열심히 살겠다.

정리=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