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는 하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감사의 기도는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와 능력을 초대하는 신령한 통로입니다. 그렇기에 1948년 5월 31일 대한민국 국회 첫 회의를 기도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이 나라를 향한 주님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입니다.
사실 이날 국회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즉 3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치욕적인 35년 식민 압제에서 해방됐습니다. 하지만 연합군 승리에 따라 '불현듯' 다가온 광복이었기에 전후 동북아 질서 재편에서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발언권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진정한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오히려 국토의 분단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종전 직전인 1945년 2월 얄타회담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남북한에 각각 진주한 미국과 소련은 '통일정부' 수립 방안을 놓고 대립했습니다. '미소공동위원회'에서의 논의가 답보를 거듭하자 1948년 2월 유엔이 나섰습니다. 그리고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 곧 남한에서만이라도 우선 인구 비례에 따른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5월 10일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감시하에 총선거가 실시됐습니다. 남북한 단독정부로 가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원통한 일이었지만 38선 이남에서라도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세우기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는 천행이었습니다.
92.5%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치러진 5·10선거를 통해 198명의 초대 국회의원들이 선출됐습니다. 이들은 5월 31일 오전 10시 중앙청에서 첫 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한 후 바로 헌법제정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의 심의 끝에 나라의 기틀인 대한민국헌법을 제정하고, 마침내 7월 17일 '헌법공포식'을 거행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초대 국회를 '제헌국회', 초대 국회의원들을 '제헌의원'이라고 부르며 헌법제정 공포일인 7월 17일을 국경일인 '제헌절'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제헌국회의 첫 회의가 개최된 1948년 5월 31일 오전 10시, '국회 제1차 회의'에서 하나님께서 기획하신 경이로운 역사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1997년 해당 조항이 개정되기 전까지 '국회법'은 원 구성 전 최초 집회 임시의장을 의원 중 최연장자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73세였던 이승만 의원이 임시의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후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 의원은 장로로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해온 독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아울러 빼어난 경력과 경륜으로 정파를 떠나 범국민적 존경을 받던 당대의 대표적 정치 지도자였습니다. 임시의장에 선출된 그가 의장석에 올라 행한 첫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법과 어법이 다소 규칙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하기 위해 국회 속기록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셔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임시의장 이승만 장로로부터 지명을 받은 이 의원은 평양 숭실사범과 협성신학교 출신의 교육자며 목사였습니다. 발언대에 나온 이윤영 의원은 198명 제헌의원 전원이 기립한 가운데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로 시작되는 절절한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으로 맺습니다. 이렇게 기도가 끝나자 이승만 임시의장이 다시 말합니다. "다 착석하시오."
지금도 '국회 속기록'에 선명히 기록돼 있는 이 장면을 대할 때 전율을 금치 못합니다. 당시 제헌의원들의 종교분포, 또 "공공 행사에서 특정 종교의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정치사회적 관행에 비춰 볼 때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의사진행이었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림으로 나라의 첫출발을 바르게 만드시려는 성령님의 주밀한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야훼이레 하나님께서는 탁월한 카리스마를 지닌 장로와 목사 국회의원을 각각 제헌국회 첫 회의의 주재자와 대표 기도자로 예비하셔서 기적 같은 작품을 연출하셨던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민주헌법을 만들어낸 제헌의원들의 통찰력은 탁월했습니다. 헌법이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신앙의 자유를 지표 삼아 우리는 세계 속의 신흥강국으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혜와 판단력의 근원은 제헌국회 첫 회의에서 드려진 간절한 기도에 있다고 믿습니다. 간구하지 않으면 단지 사람의 일이지만, 기도로 주님께 맡기면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제헌절을 맞아 우리 대한민국을 기도로 출발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온 마음 다해 감사를 올리게 됩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