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아의 안디옥에서 선교여행을 떠난 바울과 바나바는 먼저 구브로 섬에 도착해서 살라미와 바보에서 말씀을 전했다. 다시 배를 타고 밤빌리아 지역에 상륙해서 비시디아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각각 복음을 선포한 후, 루스드라에 가서 나면서 걷지 못한 장애인을 고쳐주는 기적을 일으키자 그곳 사람들이 그들을 신으로 여겨 소와 화환들을 가지고 와서 제사를 지내려고 했다. 그러자 바울과 바나바는 자신들의 옷을 찢으며 자신들은 신이 아니라 그들과 똑같은 사람임을 밝히며 말씀을 전함으로써 어처구니없는 제사 소동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바울의 루스드라 설교는 비시디아 안디옥 회당 설교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것은 청중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비시디아 안디옥 회당에는 구약 성경에 근거해서 하나님을 믿는 유대인들과 유대교를 믿는 이방인들(경건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바울이 메시야 예언에 초점을 맞춰서 말씀을 전한 반면 루스드라에는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이교도 이방인들만 있었기에 그들에게 익숙한 자연 현상에 초점을 맞춰서 복음을 선포한 것이다. 복음의 핵심은 불변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방식은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다양하게 바꾸어 가는 바울의 전도방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바울은 먼저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이유가 무리들이 방금 전에 하려고 했던 제우스 신 제사 같은 “헛된 일을 버리고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으시고 살아 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임을 밝혔다(행 14:15).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만든 죽은 상태로 있는 우상이나 이방신들과는 달리, 온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이시며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선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때까지는 이방인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직접 전하시지는 않았지만 “하늘로부터 비를 내리시며 결실기를 주시는 선한 일을 하사 음식과 기쁨으로 여러분의 마음에 만족하게 하심”으로써 자신을 증언하셨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바울은 훗날 로마서를 쓰면서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롬 1:20). 바울의 루스드라 설교는 단 세 구절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능력을 발휘해서 무리들의 제사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때 루스드라에서 약 160㎞ 떨어진 비시디아 안디옥과 약 29㎞ 떨어진 이고니온에서 온 유대인들이 무리들을 선동하자, 이들이 바울을 친 후에 죽은 줄로 알고 도시 밖으로 내다 버렸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대인 박해자들의 집요함을 볼 수 있다. 이고니온에서는 ‘돌로 치려고 달려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루스드라까지 추격해서 결국 그들의 뜻을 이룬 것이다. 후에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그가 당한 고난에 관한 긴 목록을 쓰면서 ‘한 번 돌로 맞고’(고후 11:25)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바울은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고후 4:9)라는 말씀 그대로, 제자들이 그를 둘러서서 정성껏 보살핌으로 의식을 되찾고 그 길로 루스드라에 들어가 복음을 전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계속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를 보게 된다. 즉 복음 증거를 방해하는 흑암의 세력이 무슨 수를 써서 고난과 박해를 가한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복음전파자들과 함께하셔서 결국에는 승리하게 하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