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발적 사건을 통해 치열하게 사유(思惟)
'윤며든다'는 윤여정에게 스며든다는 뜻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신조어다. 이들이 윤배우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야.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해",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글로 배운 인생을 풀어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살아보고 이야기 했기에 젊은이들은 이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다.
▶어떤 것과 배치되느냐에 따라
누구나 인생에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기에 현실을 원망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병까지 생긴다. 이때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 한다.
프랑스어 중에 '아장스망'(agencement)이 있다. '배치'라는 뜻으로 이미 존재하는 객체를 새롭게 재배치, 재구성함으로써 다른 존재로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시키면 응고가 된다. 여기에 열을 가해 알맞은 모양으로 자른 뒤 숙성시키면 치즈가 된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연기를 중단했던 윤여정은 이혼, 가난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고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생계형 배우가 되었다. 치열하게 연기자로 산 결과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보낸 자 '요셉'
성경에 나온 요셉도 그러하다.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유로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미디안 사람들에게 팔려 애굽으로 가게 되었다(창 37:28). 애굽에서 바로의 신하 친위대장 보디발에게 팔린(창 37:36) 요셉은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뿌리치다 감옥에 가게 되었다(창 39:20). 감옥에서 술 맡은 자와 떡 굽는 자의 꿈을 해몽해주고 잘 되게 되면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요셉의 말을 두 관원장은 까맣게 잊었다.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은 쇠사슬에 매였으니"(시 105:18)를 보면 알 수 있다. 형들의 미움, 노예, 감옥이라는 사건들과 마주친 요셉은 하나님과 삶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 하나님이 붙잡고 가시는 인생(창 39:2, 21, 23)이었기에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힘들게 만든 형제들과 대면했을 때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근심하지 말라 한탄하지 말라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다"라는 고백을 한다(창 45:5).
사랑받는 아들에서 노예, 감옥이라는 우발적 사건을 만나면서 사유(思惟)하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이 기구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하나님이 '앞서 보낸 자'라는 고백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만나다
말(馬)이 전사(戰士)와 만나면 말은 사자와 같은 역능(力能)을 가진다. 반면에 말이 농부를 만나면 말은 양(羊)과 같은 역능(力能)을 가진다. '나'라는 가치 없는 존재가 하나님을 만나면 그분의 사랑과 능력을 드러내는 존재로 바뀐다. 나에게 일어난 우발적 사건들과 접속하면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하나님보다 어떤 것을 잡고 있는지 치열하게 필연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게 된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내게 일어난 일 중에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시간, 의미 없는 사건이 없다. 지금 겪고 있는 사건을 통해 의미를 해석하며 당신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Think! Thank!
Q1. 당신의 삶은 무엇과 배치(아장스망) 되어 있나요?
요셉의 경우 : 요셉 - 노예 - 감옥 - 앞서 보낸 자
당신의 경우 : 나 - ( ) - ( ) - ( )
Q2. '나'라는 존재가 하나님을 만나면 어떠한 존재로 바뀌나요?
Q3. 당신이 만난 여러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은 어떻게 하실까요?(롬 8:28)
김선희 교수(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