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환대 … 인생 최고의 선물
상대방을 긍휼히 여기는 것부터 시작

"밥은 먹고 다니니?" 이 한마디에 눈물이 뚝 떨어진다. 그냥 인사치레일 수 있는데 듣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위로가 된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적어졌지만 5월은 행사가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이 있다. 큰 선물은 오고가지 않더라도 밥 한 끼는 먹었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워런 버핏과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경매로 나왔었다. 중국의 암호 화폐 사업가 선이 54억 원에 낙찰을 받았다. 몇날 며칠을 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식사 한 끼에 54억 원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식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워런 버핏이 '투자의 귀재'로 식사를 하면서 그의 조언과 통찰력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어야 '식구'

우리나라 사람은 밥 먹는 걸 중요시 여긴다. 가족을 식구(食口)라 부르는데 식구는 함께 밥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차려놓고 먹더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별로라면 뭘 먹었는지도 모를 뿐더러 소화가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과 콩나물국밥을 먹어도 산해진미보다 더 맛있는 이유는 여기 있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상대방을 가족, 연인,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된다.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 그것도 자주 모여 식사를 하셨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늘 식사를 하러 가시거나 식사 중이거나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예수님의 별명이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마 11:19; 눅 7:34)이었다. 중요한 것은 술을 마셨느냐 먹는 것을 탐했느냐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랑 함께했느냐는 것이다.

함께한 자들의 레베루?

'레베루'란 '자격' 혹은 '수준'을 뜻하는 재미있는 표현 중에 하나다. 예수님의 레베루가 이렇다. 예수님과 함께 식사를 한 사람들은 세리와 창녀, 죄인들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의미는 서로의 호의를 확인하고 우정을 나누는 가장 대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수님과 함께 한 이들은 동족에게 많은 세금을 뜯어내는 자요 몸을 파는 여자이며 세상 사람들이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누가 돈을 많이 준다 해도 함께 식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과 식사를 하지 않을 건 분명한 사실이며, 이들과 어울려 내 이미지가 추락될까 봐 기피하는 대상자들이다.

때로는 가족 중에 "이 사람이 내 가족이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구성원이 있다. 사업마다 망해먹는 형, 10년째 백수인 아들, 바람난 아버지 등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가족들이다. 사연마다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어머니는 따뜻한 밥상을 차려 가족들을 먹이려 한다. 그 밥상에서 화해와 위로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다 숟가락을 내던지고 언성이 오가며 뿔뿔이 흩어지기도 한다.

밥상머리 은혜

주변의 시선은 따갑고 제대로 인간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이들에게 예수님은 밥상을 허락하셨다.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을 알기에 얼마나 가슴 조이며 자격지심이 들었을까? 예수님이 마련하신 밥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는 은혜의 자리였다. 그동안 왜 이렇게 살았느냐는 지적도 훈계도 갑질도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건이다. 자신의 위치와 처지를 알기에 예수님의 환대는 인생 최고의 선물로 기억된다. 예수님은 그들을 불쌍히 여기셔서(마 9:36) 자격 없는 이들에게 놀라운 선의를 베풀어주셨다.

예수님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고 사랑하셨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용서와 치유를 받고 회복되었다. 예수님이 삭개오 집에 머무르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뭇사람이 보고 "죄인의 집에 갔다"라고 수군거렸다(눅 19:7). 민족의 배신자로 사람들이 싫어한 세리장 삭개오(눅 19:2)는 예수님을 만난 뒤 자신이 가진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고 속여 빼앗은 것은 네 배로 갚겠다고 고백했다(눅 19:8).

가족이 함께하는 밥상은 어떠해야 할까? 그 기본은 상대방을 긍휼히 여기는 데 있다(마 5:7, 15:32).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르치고 개조해야 할 못마땅한 존재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하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속으로 들어가 경청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적 경청'이다.

어머니는 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아버지는 왜 불안해하는지, 아들은 왜 게임이 빠져있는지, 딸은 왜 교회 가기 싫어하는지…. 가정의 달을 맞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은혜가 밥상을 통해 일어나길 바란다.  

Think! Thank!

Q1. 예수님과 함께하는 식사권이 경매로 나온다면 얼마에 낙찰 받고 싶은가요?

Q2. 예수님과 함께하는 식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요?

Q3. 밥상에서 자신이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여기에는 어떠한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나요?(마 9:36)

김선희 교수(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