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감동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은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가장 큰 뜻은 무엇일까. 인류의 구원이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고 말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창조주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을 누리며 사는 천국 백성이 되기를 원하신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도록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구속사를 완성하시기 위해 오늘도 신실하게 역사하고 계신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성취해 가시는 구속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

누가복음 15장을 보면 잃어버린 3가지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잃은 양, 잃은 은전, 잃은 아들’의 비유다. 잃은 아들의 비유는 ‘탕자의 비유’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익숙한데, 둘째 아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 아버지에게서 유산을 받아낸 후 아버지 곁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둘째 아들의 이 선택은 단지 불효막심한 자식의 한 단면이 아니다. 선악과를 따 먹는 인간의 죄악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즉 하나님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삶을 살기로 선택하는 인간의 타락상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려고 한다면 선악과를 따 먹는 것과 같다. 어떨 때는 우리의 기도가 그렇다. 하나님께 무언가 달라고 매달리지만, 정작 응답받고 나면 하나님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기도의 진실함은 기도의 간절함이 아니라 응답받은 후 삶의 신실함으로 증명된다. 만약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이 응답하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응답받은 후 하나님을 떠날 것을 아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들에게로 달려오는 아버지

둘째 아들은 유산을 챙겨 외국으로 떠났지만 허랑방탕한 생활을 반복하다 급기야 빈털터리가 된다. 구걸마저도 불가능한 너무도 비참한 형편에 놓인다. 그제야 아들의 마음에 회개가 일어난다. 사람은 내 힘, 내가 가진 것으로 뭔가 해 볼 수 있다는 마음이 깨어지기 전까지는 회개하지 않는다. 뭔가 손에 쥔 게 있으면 하나님께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완전히 깨어진 아들은 아버지께 돌아가 종으로라도 삼아 주시기를 빌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아들에게 놀라운 반전이 연거푸 일어난다.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눅 15:20).

‘아들이 아버지를 발견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아들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멀리서 오가는 사람도 확인할 수 있는 동구 밖 언덕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집까지 갈 것도 없었다. 우리가 하나님께 돌아가고자 했을 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있지 않다. 하나님은 우리를 늘 기다리고 계시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우리 발걸음을 틀림없이 알아보신다.

‘아버지는 아들을 발견하고 아들에게로 달려간다.’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아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사죄의 말씀을 드릴까,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는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발걸음이 더뎠을 것이다. 우리도 하나님께 돌아가고자 할 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그 과정이 더디기만 하다. 그러나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속도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우리는 하나님께로 더디게 걸어가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로 달려오신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훈계가 아니라 감동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랑이다. 가장 큰 은사는 사랑이고, 성령의 열매 가운데 첫 번째 자리에 위치하는 것도 사랑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았다.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는 것은 구속사를 완성하시기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께 우리가 속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오정섭 목사(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