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 인류와 이스라엘의 역사가 기록된 역사책이다. 성경 한 구절은 한 개의 구절 이상의 의미와 역사·정치·문화·사회적 배경을 함축하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과 구절들을 넓은 시야로 혹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게 접근함으로써 성경 전체를 조금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순복음가족신문은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기록한 성경구절의 행간을 풀어 성도들이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사건과 역사로 읽는 성경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물리적 충돌과 영적 전쟁으로 가나안을 정복한 이스라엘
"다윗의 시대에 해를 거듭하여 삼 년 기근이 있으므로 다윗이 여호와 앞에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는 사울과 피를 흘린 그의 집으로 말미암음이니 그가 기브온 사람을 죽였음이니라 하시니라 기브온 사람은 이스라엘 족속이 아니요 그들은 아모리 사람 중에서 남은 자라 이스라엘 족속들이 전에 그들에게 맹세하였거늘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하여 열심이 있으므로 그들을 죽이고자 하였더라 이에 왕이 기브온 사람을 불러 그들에게 물으니라"(삼하21:1~2)
사무엘하 21장 1~2절은 여러 시대의 복잡한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 성경 구절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간단하다. 사울 일가가 기브온 사람들을 죽인 사건이다. 그러나 시간과 역사적 배경을 보면 여러 세대가 뒤엉켜있고 신앙적으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사건의 발단은 가나안 정복기인 여호수아의 시대에 일어났고 몇 백 년이 지나 왕정 시대인 사울 왕 때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울왕 때 이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풀지 못한 매듭은 다윗의 때까지 내려왔다.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죽은 사건이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다윗 시대에 3년 기근이 들면서부터이다. '기근'에 해당하는 단어를 '라아브'라는 히브리어로 쓰고 있는데 그 뜻은 '굶주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3년 동안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다윗은 어떤 이유로 이런 재앙이 이스라엘 땅에 일어나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다윗이 하나님께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듣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이스라엘 백성의 잘못도 아니라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사울과 그의 집안 때문에 심한 기근이 3년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엘하 21장 2절에는 사울이 이방 족속인 기브온 사람들을 죽인 이유가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한 열심'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원한 때문도 아니고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한 마음으로 이방 족속을 죽인 사건이라는 말씀은 그동안 이방 족속과 치러왔던 전쟁들을 생각할 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1. 기브온 족속과 이스라엘
성경에 여러 족속이 등장한다. 많은 이방 족속의 명칭들이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족속과 부족으로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원시 국가 형태를 갖춘 족속은 남서쪽 해안가에 있는 아말렉, 서쪽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던 블레셋, 동쪽의 암몬과 모압, 남쪽의 에돔, 북쪽의 아모리 족속이다.
성경은 이들의 우두머리를 '왕'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완전한 국가라기보다는 초기 원시 국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족속보다 작은 규모의 부족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여러 부족이 연합체 형식으로 한 족속을 이루고 있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가나안 족속(Canaanite)이다. 가나안 족속은 7개의 부족이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가나안 족속 전체를 일컬을 때도 사용되는 가나안족을 비롯해 기르가스족, 브리스족, 가나안 지역에 살고 있던 아모리족, 여부스족, 헷족, 기브온족이라고도 하는 히위족을 말한다. 성경은 이들 각 부족을 '족속'이라고도 하기도 하는데 '부족' 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나안 정복기를 지나며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부족들과 약 25년 동안 물리적인 충돌과 영적인 전쟁을 치러야 했다. 오랜 세월의 정복 전쟁을 통해 가나안 땅의 대부분을 정복하고 거의 모든 부족을 점멸시켰지만, 히위족은 멸망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이 보는 것이 너무 확실하다고 믿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 기브온족의 계략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이 이스라엘 백성에 의해 무너져 내린 것을 보고 가나안 부족들이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기로 동맹을 맺었다(수 9:1~2). 그런데 가나안 족속 중 하나인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싸움에서 승산이 없음을 알고 피를 흘리는 전쟁보다는 평화의 조약을 맺기 원했다. 그들은 이스라엘과의 싸움에 평화 조약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으로 편입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기브온족은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체결할 사신을 보내기로 결정했다(수 9:4~6). 그들은 사신들을 변장시켜 가나안 족속이 아닌 멀리 사는 족속인 것처럼 속이고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해어진 전대와 찢어져서 기운 가죽 포도주 부대를 나귀에 실었다. 떡은 다 마르고 곰팡이가 난 것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사신들에게 낡고 오래된 신발과 옷을 입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찾아와서는 곰팡이가 난 음식을 보여 주며 멀리서 오랫동안 이스라엘 백성을 찾아 왔다고 속였다(수 9:4~13).
여호수아는 물론 이스라엘 백성 중 누구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묻지도 않을 만큼 기브온 사신의 연기력은 아카데미상 주연급이었고 행색은 너무나 완벽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다음 호에 계속)
이상윤 목사(홍콩순복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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