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교회에 닥친 가장 큰 위기는 전도의 위기이다. 교회는 본래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세워진 주님의 몸인데, 교회가 자유롭게 전도하는 일에 있어서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효과적일까? 이에 대한 답을 전염병이 창궐했던 초기 기독교 신앙공동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4세기 이전의 기독교는 황제숭배에 반하는 불법적인 종교로 규정되어 탄압받는 집단으로서, 공개적인 집회나 전도가 불가능했고 온전한 신자들만의 은밀한 예배와 교제를 나눌 뿐이었다. 그들은 공개되지 않는 곳에 모였고, 공개적으로 전도하지도 않았다. 선교에 대한 저명한 연구가인 노르베르트 브록스(Norbert Brox)는 초대교회 당시 선교 명령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는 것은 대단히 놀랄만한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전도하거나 증거 하는 일을 권면하지 않았던 것은 공개적인 증거가 불가능했고, 그럴 경우 심각한 희생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로마제국 하에서 기독교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의 순전한 사랑 실천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형상화했기에 그 실천적 사랑은 힘을 지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여기에 대한 증거가 초기 기독교 공동체 안에 있었던 ‘파라볼라노이’라는 칭호였다. 그 의미는 ‘위험을 무릅쓰는 자’라는 뜻으로 그리스도인의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는 선명한 증거였다.  

주후 251년 말에는 엄청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때는 데시우스 황제의 박해로 그리스도인들이 이교도들에 의해 희생을 당하던 시기였다. 부유한 이교도들은 달아났으며 전염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다녔다. 도시에는 죽은 이들의 시체가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 지도자들은 전염병이 돌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마태복음 5장 43~48절의 말씀을 토대로 박해자들에게까지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고 사람들을 돌보아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고, 이 위기상황을 통과하면서 이교도들은 기꺼이 신자가 되기를 자청하였던 것이다. 자신들의 신앙과는 달리 기꺼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파라볼라노이’, 그들은 말없는 사랑의 실천자들이었다.

극심한 탄압에도 품위 있는 행동, 바른 예절, 냉정함을 잃지 않는 용기, 고난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 등 불신자들에게 감동을 주어 훗날 신앙을 갖게 한 초기 기독교인의 모습을 우리는 닮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동료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도 지극한 사랑을 베푸는 두려움 없는 사랑의 실천자, ‘파라볼라노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복음 전파, 이 시대 전도의 정면 돌파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