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링 왕조의 르네상스 - ①

칼 대제가 이룩한 거대한 제국의 통치 체제는 과거 로마제국의 그것에 비해 불안정했다. 칼 대제는 제국의 안정을 위해 '카피툴라리아'라는 법령을 만들어 제국의 규범으로 삼는 한편 각 정복지에서 시행되던 자체 규범들을 성문화하여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만 피정복민들 스스로 세운 부족장을 허락하지 않았고 대신 '그라프'라는 관리를 파견하여 통치하게 함(그라프샤프트)으로써 중앙집권을 강화했다. 칼 대제는 수시로 제국 곳곳을 직접 순행하면서 통치자로서 위상도 높이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 로마 황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헨(현재 북부 독일의 한 도시)에 자신이 수시로 머물 수 있는 궁전을 건립하기도 했다.

사실상 제국은 여러 피정복민들의 연합체였기 때문에 통일된 문화 역시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칼 대제는 문예와 교육 장려를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특별히 왕실 예배당 내에 고위성직자를 두고 제국의 문화적 혁신을 감독하도록 했다. 그 가운데 알퀸이라는 앵글로색슨 성직자의 기여는 누구보다 지대했다. 그는 유럽 전역에서 뛰어난 지식인들을 모아 왕실 학교를 운영했으며, 전국의 교회와 수도원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일곱 개의 자유학예(아르테스 리베랄리스 또는 리버럴 아츠)를 정립하는 한편 성경 텍스트를 정리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에서 '학예'는 '기계학예'와 '자유학예'로 구분되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자유인은 곧 노예가 아닌 사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자유인이 아니란 것은 곧 노예임을 의미했다. 자유학예란 바로 노예가 아닌 자유인의 학예를 뜻한다. 알퀸은 로마 시대 말기 5세기부터 6세기까지 7개의 과목으로 구성된 '일곱학예'에 기초하여 자유학예를 만들었다. 그는 일곱 과목 중 먼저 문법, 수사학, 논리학을 세 학문이라는 의미의 '트리비움'으로 구분했다.

 이렇게 세 학문을 학습하고 난 이후에는 '크바드리비움'이라는 네 과목을 교육 받았는데 그 중 첫 번째 과목은 음악이었다. 특이하게 당시 법학도 음악과 연계되어 교육되었다. 두 번째 과목은 천문학이었고 세 번째 과목은 기하학이었다. 기하학은 지리학까지 포함되었다.

 마지막 과목은 대수학이었는데 이 학문은 부활절 날짜 계산이나 달력의 계산에 관계된 학문이었다. 네 과목을 학습한 후에는 그 어떤 교과보다도 중요한 과목으로 여겨졌던 성서를 배워야 했다. 비록 당시 성서 교육의 수준은 중급 정도였지만 이는 훗날 신학을 모든 학문의 최상위에 있는 학문이라 일컫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칼 대제의 아버지였던 피핀 3세부터 시작된 교회 개혁은 칼 대제에 의해서도 계속 추진되었다. 성직자들의 기도와 예배 생활에 대한 규정들이 더욱 세분화되었고 주교와 수도원장들의 권한도 새롭게 규정되었다.

 성직자들과 평신도들 사이 분쟁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마련되었으며 성직자들이 서품을 받은 후에 여성들과의 관
계에 대해서도 상세한 규범이 제정되었다. 술집 출입 금지, 사냥이나 무기 소지 금지 등의 규율도 만들어졌으며 주일 성수에 대한 세부사항 및 세속사에 대한 일체 관여 금지에 관해서도 법으로 규정되었다.

김형건 목사(동작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