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 현충일 그리고 독립기념일
매년 이맘때 쯤 되면 찾아오는 날들이 있다. 이스라엘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계산하기에 매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3월말에서 5월초에 대부분 이 날들이 온다. 현대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날들이다. 이스라엘의 수많은 절기와 기념일들은 대부분은 성경적 절기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성경과는 무관하지만 유대인들에게 결코 잊힐 수 없는 중요한 날이 있다. 이 날들은 현대 이스라엘의 탄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들일 것이다. 바로 '욤하쇼아-홀로코스트추모일, 욤하지카론-현충일, 욤하아츠마우트-독립기념일'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연합군은 유대인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영국과 미국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유엔에 정착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영토를 요구했고, 영국과 연합국은 지금의 이스라엘 그 당시 영국령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이 살 수 있는 국가 설립에 동의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과 동시에 1차 중동전쟁이자 이스라엘의 독립전쟁이 발발했다. 국가를 세워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과 그들을 없애고 그 땅을 자신들의 소유로 삼고자 했던 이들의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었던 초기 이스라엘 국민들은 살아남고자 전쟁을 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세 번에 걸친 큰 전쟁이 있었고 그들은 살아남았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생존에 대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충일, 독립기념일 등을 이미 지나간 일들로서 기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일, 현충일, 독립기념일은 지나간 날들에 대한 기념이나 추모가 아니다. 지난 4월 13일 저녁 서쪽 벽(통곡의 벽)에서 있었던 현충일 기념식에서 이스라엘의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은 값진 유산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유, 여러분의 삶, 여러분의 모든 것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피를 흘려 지켜낸 땅입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들이 이 땅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함입니다."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가정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부모들 모두가 군 경험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군복무를 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군대에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현역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군복무를 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 가족 안에서도 전우애라는 유대감이 형성된다. 아버지가 복무했던 부대에 아들이 복무하거나 어머니와 같은 전투단에 그 딸이 지원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경험담이 자신의 경험이 되기도 하는 곳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역사를 기억하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성경의 토라를 통해서 그들의 조상을 기억하지만 현대의 역사는 세대를 통해서 직접 전달되고 나누어지고 있다. 과거의 역사가 아닌 실제적인 내 가족의 역사가 곧 이스라엘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군대 신병들이 훈련을 받을 때 여러 가지 역사를 듣게 된다. 놀랍게도 그런 역사 속의 이야기는 이미 자신들의 할아버지에게 혹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들이다. 홀로코스트를 통과하여 살아남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게 되고, 아버지가 힘들게 살아남은 전쟁 이야기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역사를 자신들 또한 살아내고 있다는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전달된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현충일은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라 불과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내 가족을 기억하는 일이다.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그리고 옆집의 아저씨를 기억하는 일이다. 나의 가족, 친척, 형제들 혹은 동네 이웃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날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정은 10명 중 8명 이상이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연관되어 있거나 독립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날들은 아무런 날들이 아닌 실제적으로 우리 가족과 연관되어 있는 날들이다. 그리고 그날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나눈다.
누군가는 그런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역사 속의 사건들을 잊으려 하거나 잊으라고 한다. 과오에 대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고 추한 그리고 아픈 역사는 작게 축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역사를 외면하지도 왜곡하지도 그리고 축소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자신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아픔을 기억하신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 아픔에 대해서 갚아주신다고 하셨다. 이스라엘은 아픔과 고통을 겪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왔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들에게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지길 기도한다. 그저 자신들의 힘으로 지켜낸 것이 아닌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신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