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을 가는 길에는 꽃 그림을 수놓은 벽화가 이어져 있다. 꽃 그림 옆에는 꽃이 간직한 아름다운 이야기도 함께 기록해 붙여 놓았다. 이 그림과 이야기는 1912년 우리나라에 파송돼 순천에서 살았던 미국 선교사 존 크레인의 아내 플로렌스 크레인 사모님이 쓴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플로렌스 사모님은 생물학을 전공했고 미술에도 재능이 있어서 순천에 사는 동안 그곳에 자생하는 야생화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예가 이소영 씨가 “열두 종류의 제비꽃과 네 종류의 버드나무 등 당시라면 우리가 한 종이라 생각하고 지나쳤을 식물들을 플로렌스 사모님은 세밀히 분류하고 관찰해 그려 냈다”고 평할 만큼 식물학으로도 가치가 있는 저서이다. 사모님은 이 그림들을 모아 1931년에 일본에서 『한국의 들꽃과 전설』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우리나라 야생화가 세계에 알려졌다.
플로렌스 사모님은 무궁화를 그린 뒤 “무궁화는 삼천리강산 없는 곳이 없다. 끈질김은 역동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징표로 여겨져 국화로 정해졌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자주 겪어야만 했던 이 나라의 운명과도 같아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머나먼 이국에 온 플로렌스 사모님은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들꽃을 그리면서 이 나라 사람들의 한과 운명을 읽었고 슬픈 식민지의 아픔을 공감했다. 또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예수님을 가르침으로써 희망 없는 세월을 보내는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에게 참 희망을 선사하고자 했다. 마치 공중을 나는 새와 들에 핀 백합꽃을 가리키며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가르친 예수님의 사역과도 흡사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