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잘 자라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 끼쳐야
시선을 하나님께 돌리면 살아갈 힘 얻어

최근 많은 화제가 된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그리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며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애써 기른 농작물은 물과 불로 어려움을 겪는다. 오히려 습지에 방치해 둔 미나리가 잘 자란다.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영화 대사 中).
 자녀를 어디에 내놔도 잘 자라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미안하다

“정우가 말을 더듬고 못하는 게 다 제 잘못인 거 같아요.” 정우는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건강하게 태어나라고 기도한 아이라 유독 마음이 갔다.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 웃고, 유아부에 들어가 신나게 율동을 따라 하며 행복해 하는 아이였다. 코로나19로 얼굴을 못 본 지 오래됐는데 엄마랑 함께 온 정우의 얼굴은 미소가 사라지고 어딘지 어두워 보였다. 전후 사정을 들으며 상담을 해주고 기도를 해주는데 정우 엄마가 흐느껴 운다. “정우가 위험할까봐 …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다른 문제들은 견디고 넘어가고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만 자식 문제는 다르다.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가슴이 무너진다. 이때 진짜 신앙이 시작된다. 자식을 기르면서 키워준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드려서라도 자식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어떤 것도 나를 무너뜨릴 수 없지만 자식 앞에서 내 강퍅함은 무너지고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직면하게 된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막 키우겠는가? 어디라도 다칠까봐 안전장치로 무장시키고 부모의 눈앞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나는 해준 게 없다

어머니는 나에게 늘 해 준 게 없어 미안해 했다. 어렸을 때는 남편이 돈을 주지 않아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해 미안해 했고, 학생일 때는 학원이나 과외를 시켜주지 못해 미안해 했다. 결혼하고 애를 낳았을 때 몸조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해 했고, 전세 값을 올려줄 때나 집을 장만할 때 변변히 목돈 한 번 해주지 못했다고 미안해 했다. 나도 한때는 마음이 상하고 뭐라도 주거나 물려주는 부모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고 가진 것보다 더 과대평가되어 돌아다닐 때면 누군가 내게 “어머니가 기도 많이 하셨나 봐요”라는 말을 건넸다. ‘내가 노력해서 그렇게 된 거지’라고 부정해 보지만 여러 문제를 겪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느끼게 된다. 새벽마다 밤마다 자식을 위해 가슴 치며 기도한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한 번씩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이유가 있다. 늘 행동 하나하나 간섭하며 어머니의 틀 안에 나를 가두었기 때문이다. ‘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 어머니의 하나님은 나에게 속좁은 하나님으로 투영되었다.
 자녀들에게 성공하는 모습,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려 해 숨이 막혔다. 실패를 만났을 때, 절망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어떻게 사랑하시고 은혜를 주시는가를 삶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이 내 편이시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자녀들이 어려움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 나아올 수 있다.  

리멤버(기억하라!)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석 달 동안 모세를 숨겨 키웠다. “더 숨길 수 없게 되매 그를 위하여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 담아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고”(출 2:3) 더 이상 크는 아이의 존재를 감출 수가 없어 튼튼한 바구니에 아이를 넣어 갈대 사이에 띄웠다. 요게벳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갈대 상자를 나일강에 띄울 때 이 갈대 상자가 어디로 갈지, 악어에게는 먹히지 않을지, 살 수는 있을지 가슴이 타들어 갔을 것이다.
 모세를 넣은 갈대 상자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히브리어 단어 ‘테바’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갈대 상자와 방주는 둘 다 물을 젓는 ‘노’와 ‘방향키’가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히 바람과 물결이 움직이는 대로 가는 것이다. 욥기 38장에 높은 파도, 홍수의 물길, 광야에 비, 공중의 서리 등 땅의 기초를 세운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말하고 있다. 노아와 요게벳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는 것밖에 없었다. 맞다! 내 자녀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24시간 지켜줄 수 없다.
 더 끔찍한 건 자녀를 위한다는 것이 도리어 망치게 되었다는 점이다(영화에서 할머니(윤여정)가 몸이 불편한 가운데 자녀들을 돕기 위해 쓰레기를 태운다. 그 불씨가 사위가 납품할 물건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를 다 태우고 만다. 순식간에 가족의 꿈과 희망이 다 타버렸다). 자녀를 향한 나의 시선을 하나님께 돌리면 살 수 있다.

Think! Thank!

Q1.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요?
   □ 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를 내세워서 결국 부모의 뜻대로 밀고 나가는 유형(승자형)
   □ 아이의 뜻대로 해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해 주는 유형(패자형)
   □ 부모의 뜻대로 했다가 아이의 뜻대로 하게 하기도 하는 유형(동요형)
Q2. 자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있나요? 있다면 어떤 건가요?
Q3. 스트롱 미나리! 원더풀(자녀 이름)!

김선희 교수 (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