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만드신 공동체인 가정의 기본 단위이자 바탕은 부부다. 부부의 존재 목적은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것이나 자녀가 좋은 직장을 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가정을 가꾸는 원리와 원칙이 되게 함으로써 가정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남편과 아내의 성경적 역할과 부부의 사명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1. 남자에게는 결정권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마음대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명령을 주셨다. 만약 그 명령을 어겼을 때는 책임이 따르는데 죽음이라는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창 2:16~17). 여기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선악과)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선악’은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이로움’과 ‘해로움’이다. 열매를 따 먹는 것은 이로움과 해로움의 기준을 인간 스스로 정하고 하나님을 배제한 독자적인 삶을 살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기보다는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자기 판단을 신뢰하며 살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선악과의 열매를 따 먹은 것을 ‘하와의 죄’라고 하지 않고 ‘아담의 죄’라고 말씀한다(롬 5장). 아담은 하와가 준 것을 받아먹은 것인데도 말이다. 왜일까? 성경은 남편이 아내의 머리가 된다고 말씀한다(엡 5:23). 무엇보다 선악과에 대한 명령은 먼저 지음 받은 아담에게 주어졌다. 즉 부부의 대표로서, 명령을 직접 받은 당사자로서 불순종에 대한 책임이 아담에게 있다. 다시 말해 선악과 열매를 따 먹은 것은 궁극적으로 아담이 책임져야 할 결정인 것이다. 이를 비춰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 앞에 바른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2. 여자에게는 영향력

하나님은 남자를 창조하신 후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시며 돕는 배필 곧 알맞은 짝으로서 여자를 지어주셨다(창 2:18). 우리말 성경에는 ‘알맞은’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는데 남자에게 알맞은 짝은 여자고, 여자에게 알맞은 짝은 남자다. 이것이 창조 질서이고 성경이 말씀하는 순리다(롬 1:26). 그렇다면 여자는 무엇을 돕도록 지으신 것일까? 무엇보다 남자가 하나님 앞에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게 하셨다. 즉 남자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탄이 왜 선악과에 대한 명령을 받은 당사자인 아담이 아니라 하와에게 접근해 유혹했을까? 하나님이 여자에게 주신 영향력을 이용해 아담과 하와 모두를 넘어뜨리고자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하와는 사탄의 꾐에 넘어가 아담이 죄를 짓도록 영향력을 잘못 발휘했다. 잠언 14장 1절은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고 말씀한다. 성경에서 지혜란 선택의 기술이다. 따라서 남편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 앞에 바른 선택을 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지혜로운 아내의 몫이다.

3. 부부는 사명 공동체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 부부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땅과 동물 세계를 다스리라고 말씀하셨다(창 1:28).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인 세상을 다스리며 살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다. 이 사명은 오늘날 부부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적용될 수 있을까?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그 답이 있다.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8~20). 부부는 이 세상에 함께 파송 받은 단기선교팀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파해 이 세상이 왕이신 하나님의 다스리심에 순종하게 하는 사명을 받은 공동체다.

오정섭 목사(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