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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원더풀 미나리’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영화상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잔뜩 기대를 모은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님을 둔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영화이다.

정 감독은 미국에서 정착하고자 애쓴 부모님의 힘겨운 날들을 추억하며 그 한가운데에 할머니의 존재를 부각하였다. 외손자를 돌보려고 한국을 떠나 낯설고 물 설은 땅에 온 할머니(윤여정)는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시냇가에 뿌렸다. 할머니의 미나리는 사람 손을 안타고도 파릇파릇 잘 자랐다. 그 미나리를 뜯으며 할머니는 심장이 약한 어린 손자에게 말했다.

“미나리가 잘 자라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김치에도 넣고, 찌개에도 넣고, 국에도 넣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손자의 기억 속에서 할머니는 미나리 같았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지 않았고, 도식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즐겁고 따듯하였다. 돌아보니 할머니의 미나리는 그리운 시간의 추억이고 건강한 오늘의 양식이고 내일을 약속하는 희망이었다. 할머니는 ‘세상엔 미나리라는 게 있어. 우리 인생도 미나리 같은 길이 있을게야. 그런 인생이야말로 원더풀이지’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도 그런 익숙한 목소리가 있었다. 바울 사도의 고백(빌립보서 4장 11~13절)이 불쑥 떠올랐다. “내가 가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형편에서든 자족하는 걸 배웠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 내게 능력 주시는 그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원더풀 원더풀이었다.”


 

기사입력 : 2021.03.21. am 09:1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