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제1차 선교여행은 안디옥 교회가 성령의 지시에 순종해 금식하고 기도한 후 바나바와 사울을 안수해서 보냄으로써 시작됐다(행 13:1~3). 두 선교사는 배를 타고 구브로(키프로스) 섬에 가서 동쪽의 살라미와 서쪽 바보에서 복음을 전했다. 바보에서는 로마 총독 서기오 바울을 믿게 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제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은 구브로 섬을 떠나 오늘날의 터키 남쪽 중앙 해안에 상륙한다. 지금까지는 바나바가 바울의 이름보다 앞서 언급되었는데, 이제부터는 바울의 이름이 앞에 나옴으로써 바울의 주도권이 부각된다. 또한 사도행전 13장 9절부터는 히브리 이름인 '사울' 대신 로마 이름인 '바울'이 계속해서 사용된다.

바울 일행은 구브로에서 배를 타고 밤빌리아의 버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바나바의 조카 마가 요한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선교팀을 이탈해서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이것이 바울의 마음을 상하게 했기에 훗날 1차 선교여행 후 바나바가 바울에게 2차 선교여행을 떠나자고 하면서 마가 요한를 데리고 가자고 했을 때, 바울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심각한 언쟁을 벌인 결과 바울과 바나바가 결별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하지만 후에 바울이 마가를 칭찬하고(골 4:10~11), 생애 마지막 순간에 마가를 데려오라고 부탁하는 것(딤후 4:11)을 볼 때, 어느 시점에서 마가가 참회하고 바울이 그를 용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버가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 비시디아의 안디옥에 도착했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로마에 병합되기 전 시리아 왕국에는 안디옥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12개 있었다. 안디옥 교회는 수리아 지역의 안디옥에 있었고, 바울 일행이 도착한 곳은 비시디아 지역의 안디옥이었다. 바울 일행은 낯선 지역에 가면 먼저 회당을 찾는 관행에 따라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갔다. 당시 회당의 관례에 따라 구약 율법서와 예언서를 봉독한 후 회당장이 방문객에게 권할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바울이 일어나서 회당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이스라엘 사람들과 및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 들으라"는 말로 그의 설교를 시작했다. 이 설교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첫 설교인데, 이는 베드로의 오순절 성령 강림 설교(행 2장)와 스데반의 공회 앞에서의 설교(행 7장)에 버금가는 명설교이다.

또한 이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나사렛 회당에서의 첫 설교를 연상시킨다(눅 4:16~30). 여기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인들이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은 고넬료처럼(행 10:2) 유대교를 믿는 이방인들을 말한다. 바울의 설교는 스데반의 설교처럼 이스라엘 역사를 개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스데반의 설교보다 훨씬 간략하게 요약하고, 예수님의 사역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또한 구약 이스라엘의 불순종과 불신앙을 강조한 스데반의 설교와는 달리 바울은 구약 역사를 다윗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기 위한 하나님의 예비 기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울은 단지 여섯 구절(행 13:17~22)을 통해 족장시대, 출애굽, 광야 40년, 가나안 정복, 사사시대, 사울 왕, 다윗 왕까지의 역사를 숨 가쁘게 요약하면서 하나님께서 다윗을 가리켜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리라"고 말씀하셨다고 결론짓는다. 바울이 이처럼 다윗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말씀(행 13:23~37)의 주인공인 '구주' 예수께서 다윗의 후손, 메시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