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작은 키로 열방 품은 믿음의 사람
장애와 가난을 절대 긍정과 신앙으로 극복
31년간 아프리카 선교와 NGO활동 펼쳐

장애와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을 품에 안은 작은 거인 김해영 선교사. 그녀는 134㎝의 작은 키에 척추장애를 딛고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국제사회복지사다.

김해영 선교사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에 의해 던져져 평생 척추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아버지의 자살, 어머니의 우울증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은 더욱 힘들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월급 3만원의 입주 가사도우미로 살아야 했다. 현실은 절망적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갔다. 직업훈련원에 들어가 편물 기술을 익혔고, 전국 기능대회와 장애인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가난과 장애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세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공장에 다니며 경연대회를 준비하던 16살 때 전도를 받고 간 교회는 지친 삶에 큰 위로가 됐다. 세찬 세상 바람 앞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예수님이 친구가 되어주셨다. 늘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김 선교사는 퇴근하면 교회로 가서 기도하며 울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골방에서 기도하다 방언을 받았다.

"하나님은 힘도 빽도 능력도 없는 나를 크고 강하게 도와주셨어요. 사서오경과 동양철학을 즐겨 읽었던 저에게 하나님은 시험에 붙기 위해 의지해야할 신에 불과했지만 방언을 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으며 모든 것이 달라졌죠." 절망은 희망이 됐고 고난은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하나님을 만난 후 삶의 결핍과 고통은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자로 인정받았을 때 그녀는 꿈의 자리를 아프리카로 옮겼다. 199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 '굿 호프 직업학교' 편물교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기반이 취약했던 편물 학교는 4년 뒤 폐교위기에 처했지만 그녀는 보츠와나 사람들과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학교를 살려냈다.

김해영 선교사는 직업학교가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4개월 동안 혼자 텅 빈 교실에 앉아 눈물로 기도했다. "늘 50~60명이 북적대던 학교에서 나 혼자 남아 희망의 끈이 떨어졌다고 느꼈을 때 '나와 함께하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가장 절망할 때였는데 하나님의 강한 임재를 체험하며 인생의 클라이맥스로 바뀌었죠. 하나님은 나를 여기까지 보내셨고 나와 함께하시는구나. 고아처럼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구나 깨달았어요."  

김해영 선교사는 아프리카 사역 기간 동안 큰 기적도 체험했다. 15년 전 보츠와나에 있을 때 1인치가 짧아 걷기도 힘들었던 오른쪽 다리가 길어지면서 양쪽 다리의 길이가 같아졌다. 8년 전 케냐에서는 극심했던 허리 통증을 치유 받았다. 평생 앓아오던 허리 통증은 늘 복대를 차고 다녀도 고통스러웠다. 척추가 뒤로 휘어서 똑바로 앉지도 못했고 걷기도 힘들었던 터였다. 병원에 가도 치료방법이 없다는 말 뿐이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깨끗하게 나았다.

김 선교사는 기적을 체험하며 믿음의 관점이 바뀌었다. "내가 하나님을 믿을 때는 환경과 감정에 따라서 치우치기도 하지만 그분이 나를 믿어주시는 것은 그렇지 않아요. 나를 전적으로 사랑하시고 믿어주신다는 것, 그리고 기적은 늘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하나님을 만나기 이전부터 주님이 주신 기적과 보호와 사랑은 똑같았다는 거죠. 내가 잘 되지 못하고 여전히 14살 해영이로 있었어도 예수님만 만나면 그걸로 족하다는 마음을 갖게 됐죠."

소명을 받은 김해영 선교사는 『숨지마, 네 인생이잖아』,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등 자서전을 펴내 세상에 큰 울림을 주고, 방송출연과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2년 전에는 31년 동안 NGO 활동과 선교사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후원을 위한 1인 기업 '김해영 커넥트'를 만들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지금도 케냐 굿네이버스, 그루맘, 빈손채움 법인 이사, 밀알복지재단 교회협력 홍보대사, 코스타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녀는 현장에서 익힌 사회복지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 나약칼리지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시 도전을 시작해 백석대학원 기독교 선교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마치면 아프리카로 돌아갈 계획이다.

"케냐가 아니더라도 동부 아프리카 쪽에 기반을 두고 선교 연구, 리서치 조사, 프로그램 개발 등의 일을 하고 싶어요. 1970~80년대 선교지에서 헌신하신 선교사님들의 삶을 선교학적 관점에서 정리하려고 해요."

인생 자체가 감동 드라마인 김해영 선교사. 그녀는 학업을 마치고 31년간 해온 해외선교사 경험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성경의 더디오처럼 세계선교의 기록자로서 향후 세계 선교역사를 써내려가는 비전을 꿈꾸고 있다.

아프리카 땅에서 헌신하다 보츠와나에 가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인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를 자신의 묘비명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희망으로 채워나가고 있는 김해영 선교사의 사역이 더욱 기대된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