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7~8)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법, 바울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죽음을 앞두고 바울은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또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디모데후서로 전해지는 이 편지에는 결승선을 눈앞에 둔 노(老)사도의 제자를 향한 진솔한 당부가 담겨있다.

바울의 유언

목회서신이라 일컬어지는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는 바울서신 중에서도 가장 늦은 시기에 기록됐다. 그중에서도 디모데후서는 가장 후기에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디모데후서는 성경에 수록된 바울의 편지 중 마지막 편지가 된다.
 디모데후서를 쓸 당시 바울은 로마 감옥에 갇혀있었다. 바울은 3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을 방문했다가 유대인들에게 붙잡혀서 로마로 압송됐었다(행 21~28장). 그러나 감사하게도 로마에서 석방되어 다시금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붙잡혀서 또 한번 로마 감옥에 갇히게 됐다. 바울은 두 번째로 로마 감옥에 갇히게 됐던 것이었다. 바울은 이제 자신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 예감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유언과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써 디모데에게 보냈다. 

목회서신으로서 디모데후서

디모데후서는 목회서신이다. 따라서 디모데후서에는 바람직한 목회자의 자세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이 수록돼있다. 그 가르침은 다음 두 가지로 대표된다.
 첫째, 목회자는 정통을 지켜야 한다. 신학자 하비 콕스는 물질주의가 현대 사회에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조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초대교회 당시에는 어떤 사조가 하나님을 대적했을까? 바로 영지주의다. 비밀의 지식을 깨달아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던 영지주의는 교회에 침투해 성도들을 복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영지주의는 ‘망령되고 헛된 말’이자 ‘악성 종양’과 같은 것이니 경계하라고 권고했다(2:16~17). 구원은 비밀의 지식을 깨달음으로 받는 것이 아니다. 오직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음으로 받는 것이다.
 둘째, 목회자는 어느 때에든지 말씀을 전파해야 한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성도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박해가 따를지라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지라도 목회자는 말씀을 전하는 데 힘써야 한다. 바울은 말했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4:2). 또한 복음 전파는 후진 양성과 결부돼야 한다. 말씀을 배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가르치면서 가르침과 배움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교회에는 충성된 일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2:2).

디모데후서의 구조

디모데후서는 산만하지 않게 쓰여서 읽기가 수월하다. 디모데후서의 메시지 또한 간결하면서도 또렷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편하다. 1장 1절부터 2장 13절까지는 고난 가운데서도 복음에 충성해야 한다는 바울의 권고가 주를 이룬다. 바울은 사역하는 내내 고난을 당했다. 디모데후서를 쓰던 당시도 로마의 감옥에 갇혀 사형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바울은 고난으로 인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울은 고난 받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지라도 복음은 지켜질 것이기 때문이다(1:12). 또한 바울은 자신의 고난을 통해 성도들이 영광을 얻을 것이라 믿었기에 고난을 감내했다(2:10).
 2장 14절부터 3장 9절까지는 그릇된 가르침과 세상의 죄악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바울의 권고가 나온다. 교회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고 있지만 죄악이 만연한 세상 가운데 있기에 ‘거룩’과 ‘죄악’, ‘진리’와 ‘거짓’ 사이에서 긴장한다. 세상의 죄에 노출돼있는 교회를 섬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목회자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끝까지 교회를 섬겨야 한다.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성결이다. 또한 목회자는 세상의 헛된 가치관을 버려야 하며 온유함으로 성도를 가르치고 훈계할 수 있어야 한다(2:22~25).
 3장 10절부터 4장 8절까지는 바울이 사도로서 어떤 모범을 보였는지와 바울의 회고가 나온다. 사도로서 바울이 보여준 모범은 고난 받은 것으로 대표된다. 바울은 말한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박해를 받으리라”(3:12). 4장 6~8절은 죽음을 예감한 바울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구절이다. 바울은 복음을 위한 ‘선한 싸움’을 마쳤다. 이제 그에게는 ‘의의 면류관’이 예비돼있다.
 4장 9~22절에는 바울이 디모데에게 전하는 개인적인 부탁이 기록돼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로마로 속히 와줄 것을 당부했다(4:9). 당시 바울 곁에는 누가를 제외하면 동역자가 남아있지 않았다. 바울은 외로이 남겨진 상황에서 사랑하는 제자를 한번 더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바울을 위로해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이르게 될 천국이었다(4:18).

디모데후서의 메시지

고난과 부활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겪는다. 고난은 그리스도인에게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도 고난을 당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당할지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고난당하시고 죽으신 후 부활하셔서 영광을 얻으셨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결국에는 마지막 때에 부활해 새 생명을 얻고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할 것이다(2:11~12).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
바울은 디모데후서에서 성경에 대해 언급한다(3:14~17). 성경이 위대한 이유는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구원에 이르는 지혜보다 값진 지혜는 어디에도 없다. 성경이 위대한 또 다른 이유는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 세상의 어떤 책이 창조주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으로 기록된 책보다 가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국제신학훈련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