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안디옥 교회에 임하셔서 바나바와 사울을 세워 선교하도록 명하시자 교회가 금식하고 기도하고 두 선교사를 안수하여 보냄으로써 제1차 선교여행이 시작된다(행 13:1~3). 첫 선교 지역은 구브로였다.

구브로는 오늘날의 ‘키프로스’로 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구브로는 바나바의 고향(행 4:36)이자 안디옥에 최초로 복음을 전한 사람들의 출신지(행 11:20)였다. 바나바와 사울은 실루기아에서 배를 타고 구브로 동쪽 도시 살라미에 도착한다. 사도행전은 여기에서 이 두 사람이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이 여행을 시작했다고 명시한다. 이는 3차에 걸친 선교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신 분은 성령이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증하는 것이다.

그들은 살라미에 도착해서 유대인의 여러 회당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는 앞으로 사도행전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바울의 선교 전술에 속하는 것이었다. 즉 그가 새로운 도시에 가면 먼저 유대인 회당을 찾아 그곳에서 복음전파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유대인들의 박해가 극에 달하면 회당을 나와 믿는 이방인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워 나가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고린도(행 18:1~11)와 에베소(행 19:1~10)였다.  

바울과 바나바는 살라미에서 요한을 수행원으로 삼았다. 그는 바나바의 조카(골 4:10)로서 마가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마가복음을 저술한 인물이다. 그는 바나바와 사울의 선교여행에 동참했다가 얼마 있지 않아 선교팀에서 하차함으로써 사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나중에는 바울과 화해하게 된다.

선교팀은 이제 살라미를 지나 구브로 섬을 동서로 횡단해서 서쪽 끝의 도시 ‘바보’에 이른다. 그곳은 구브로의 행정수도로서 로마 총독이 주재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붙어서 사는 유대인 거짓 선지자인 마술사 바예수가 있었다. 그는 총독 서기오 바울이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자, 그들을 대적하여 총독으로 믿지 못하게 힘썼다(행 13:8). 선교 초기부터 사탄의 세력이 복음전파를 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기점으로 사울의 이름이 바울로 바뀌어서 나타나게 된다. 이는 혹자가 생각하는 대로 ‘죄인 사울이 의인 바울이 된 것’이 아니라 ‘사울’은 히브리식 이름이고 ‘바울’은 로마식 이름인데, 앞으로 계속 로마제국의 판도에서 선교할 것이기 때문에 로마식 이름이 선호된 것으로 보인다. 바울이 “성령이 충만하여”거짓 선지자를 주목하고 “모든 거짓과 악행이 가득한 자요 마귀의 자식이요 모든 의의 원수여 주의 바른 길을 굽게 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겠느냐 보라 이제 주의 손이 네 위에 있으니 네가 맹인이 되어 얼마 동안 해를 보지 못하리라”고 준엄하게 꾸짖자 그 즉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행 13:9~11).

이것은 베드로가 아나니아와 삽비라를 꾸짖은 사건(행 5장)과 사마리아에서 마술사 시몬을 저주한 사건(행 8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흑암의 세력의 그 어떤 방해에도 불구하고 성령께서 주도하시는 선교는 굴하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복음의 승리는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한 총독이 “믿으며 주의 가르치심을 놀랍게 여기니라”(행 13:12)는 결론적 말씀으로 확증된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