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습니다. 예년 같으면 희망찬 포부를 가지고 한 해를 설계할 시기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형편은 다릅니다. 1년여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백신 확보의 차질, 동부구치소의 집단 확진 사태, 코호트 격리 조치로 방역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요양병원들의 실태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국가 방역 역량에 대한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간 의료진들의 눈물겨운 헌신, 방역 당국의 노고, 시민들의 인내로 쌓아 놓았던 'K-방역'의 성과까지 저하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비참한 실패는 떨쳐 버릴 수 있지만, 어제의 성공은 오래 남아 이후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지적대로 우리가 초기의 성공에 너무 자만해 방심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팬데믹의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백신 물량의 충분한 확보와 조속한 접종입니다. 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절박한 과제일 뿐 아니라 침체되어있는 경제의 재기 여부가 달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백신 디바이드'(divide)라는 신조어가 함축하듯 코로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 사이에는 경제회복 진입 속도에 엄청난 격차가 생길 것입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미 40여 개국에서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조기 백신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정부 스스로 오판을 인정했듯이 지금이라도 심기일전해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물량의 충분한 확보와 빠른 접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백신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백신접종 후에도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독일과 미국의 예가 이를 보여 줍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팬데믹의 완결 편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바로 인식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무시한 인간의 무절제한 탐욕에서 비롯된 생태계 파괴,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치명적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 곧 '팬데믹 현상'은 앞으로도 연이어 발생할 위험성이 큰 것입니다. 실제로 저명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인류가 자행한 자연 침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지금까지의 삶의 자세를 반성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백신과 행동백신 없이는 어떤 방역체계와 화학백신도 바이러스 팬데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현재의 위기가 완전히 극복돼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견해입니다. 차라리 위기 이후 직면할 '전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대비가 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유수한 국제문제 전문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의 역사가 코로나 이후의 'AC'(After Corona)와 코로나 이전의 'BC'(Before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교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성탄절, 정작 성전의 문은 닫힌 채 외벽의 크리스마스트리만 불을 밝히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성도들의 마음을 처연케 했습니다. 예배가 통제되고 친교, 소그룹모임, 각종 교육 등이 금지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들은 교회를 신앙생활의 중심으로 삼아 온 교인들에게 엄청난 당혹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충격은 자연스럽게 교회사역의 근본적 변혁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상황이 호전된다 하더라도 교회가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조사들에 따르면 '주일성수를 위해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는 응답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콘텐츠 개발, 비대면 예배에 따른 목회 패러다임 전환이 모든 교회의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생경한 광야에 등 떠밀리듯 들어섰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으로 상징되는 언택트 문화는 불가피하게 생활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이같이 낯설고 고독한 광야의 행군은 계속될 것입니다. 산지에서와는 달리 황량한 광야 길에서 목표지를 적절히 설정해 가는 일은 결코 수월치 않습니다. 따라서 위치와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도들은 '말씀 나침반'과 '기도 나침반'을 점검하고 한 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팬데믹 위기와 고난 속에도 선하신 주님의 뜻이 계심을 분명히 믿을 수 있습니다. '왜 지금 이 같은 위기를 주셨는지? 그간의 절제 없는 치달림의 방향과 속도를 수정하라는 신호는 아닌지? 인간의 무력함을 새삼 깨닫고 임박한 마지막 때에 대비하라는 징표는 아닌지?' 심각히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원치 않게 맞닥뜨린 코로나 재난 속에 감춰진 기회의 측면을 놓쳐 버려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대의 바벨탑을 쌓으려 했던 교만을 회개하고 오직 성령님을 의지해 이 고난의 터널을 지나간다면 머지않아 위기 너머에 예비해 두신 하나님의 은혜의 보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모든 성도가 하나 되어 믿음과 인내로 이 난국을 극복해 가기를 소망합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