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우 시인은 서부 아프리카의 한 해안 도시에서 2년 정도 살았는데, 그때 임신하여 심한 입덧으로 고생을 했다. 하루는 느닷없이 생 무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이 고민하다가 대서양의 한국 원양어선들에 무전을 넣어 무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대서양 앞바다는 무를 구하는 무선이 오가느라 분주했고 다행스럽게도 한 배에서 대답이 왔다. “무는 없지만 깍두기가 있다!”
인접한 배들끼리 몇 번의 접선을 거친 뒤 그녀가 살던 사하라 사막의 한 모퉁이 작은 도시로 깍두기가 전해졌다. 뱃속의 아기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받으며 세상에 태어났다. 시인은 그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썼다. “아이는 자기를 위해 대서양을 누비던 그 따뜻한 목소리를 알고 있을까? 무선을 주고받던 그 무수한 사람들의 사랑을 알고 있을까?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락 닿은 적이 없다.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기적으로 태어나는 데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랑들이 출렁거린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자신이 살아온 오랜 삶의 뒤안길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태어나고 자란다. 아무도 그 사랑 없이 여기까지 온 사람은 없으리라. 나를 어떻게 여기든, 나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이며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존재이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하늘처럼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어서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희생시키면서까지 우리를 살리고 자녀로 삼아 주셨으리라. 그러니 이제는 감히 어느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감히 훼손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존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