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낯익던 것이 낯설어지고, 낯설던 것이 낯익게 되는 문자 그대로 일상이 뒤집힌 세상 속에서 산 한 해였습니다. 마스크만 해도 그렇습니다. 작년까지는 마스크를 써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최근에는 마스크를 벗어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 우리가 알던 세상이 뒤바뀐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 20명 이하만 모여 주일 대예배를 드릴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숨 가쁘게 달음질하던 일상이 정지되고 나니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풍요하고 넘치는 것으로 여겨졌던 우리들의 삶이 사실은 허술하고 빈약하고 짜임새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계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던 가정과 일터와 교회와 각종 대인 관계의 눈코 뜰 새 없는 삶 속에서는 해야 할 일을 아무런 차질 없이 잘 해왔던 우리가 하루아침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상황 가운데 내던져짐에 따라 갑자기 달라진 시공간(時空間)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허둥대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으리라 믿어왔던 세상이 흔들림에 따라 삶의 뿌리마저 뽑힐 지경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물질, 지위, 쾌락, 안정을 남보다 많이 차지하는 것이 자손 대대로의 성공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그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를 통해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세상 것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얼룩진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무엇이 영원한 것이고, 무엇이 순간적인 것인지를 제대로 보기를 원합니다.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삶의 방향이 180도로 바뀐 사도 바울(행 9장; 빌 3:5~9)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비대면의 시공간’에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뒤바뀌는 일대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위의 것을 찾으라  거기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느니라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골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