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은 마음과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실현되는 사랑

성령 충만한 역사를 통해 나타나는 다양한 은사 중에는 인격과 관련된 은사들이 있다. 이런 인격의 은사 중에 ‘긍휼의 은사’가 있다. 긍휼의 은사는 로마서 12장 8절에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고 기록돼 있다. 지혜의 은사와 지식의 은사가 말씀과 관련된 신앙의 지적 감수성이라면 긍휼의 은사는 은혜와 관련된 신앙의 정서적 감수성이다.

‘긍휼’을 의미하는 헬라어 명사 ‘엘레오스’(eleos)는 신약성경에서 29회 사용되며 그 의미와 용법은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자비, 가엽게 여김, 동정’을 의미한다.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인 70인역에는 대략 400회 정도 등장한다. 구약 히브리어로는 ‘친절, 인자, 자비, 자애’를 의미하는 ‘헤세드’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신약성경에서 ‘긍휼’은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구원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눅 1:58; 엡 2:4; 벧전 1:3; 롬 11:30; 딛 3:5). 특히 주목할 것은 이 단어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실천적 태도와 관련해 사용됐다는 점이다(마 9:13, 12:7; 23:23; 눅 10:37).

그렇다면 왜 긍휼을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우리가 먼저 용서받고 긍휼히 여김을 받았기 때문이다(눅 6:37~38). 단편 소설집 『붐비는 우회로』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젊은 회사원 이야기가 나온다. 그 비리는 결국 들통이 났다. 그는 사장실로 불려갔고 자신에게 내려질 법적 조치가 두려웠다.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사장은 깜짝 놀랄 만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자네를 지금 그대로 일하게 해 준다면 앞으로 자네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젊은이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대답했다. “예, 사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이 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사장이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네. 가서 일을 계속하게.” 대화를 끝내면서 사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들려준다.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네. 이 회사에서 그런 유혹에 넘어갔다 용서를 받은 사람은 자네가 두 번째 사람이야. 그 첫 번째 사람은 바로 나라네. 나도 자네와 같은 짓을 했었지. 자네가 지금 받은 자비를 나도 받았다네.”

주님의 긍휼하심을 입고 용서받은 자는 진정으로 자신이 용서받았음을 기억하고 자신도 그것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긍휼은 단지 마음으로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며 즉각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함을 기억하자. 하나님께서 긍휼의 마음으로 자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시고 그의 고난과 죽음으로 세상을 구원하신 것처럼 말이다(요 3:16).

어떤 마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기도할 때마다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겨 살길을 열어 달라고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곤 했다. 어느 날 기도를 마치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아들이 금고 열쇠를 달라고 했다. 그는 “왜 금고 열쇠를 달라는 거지?”라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는 것을 보여드리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기도를 이뤄주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야”라며 꾸짖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답답하다는 듯 “아버지! 제발 금고를 열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그런 기도를 하세요.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서 기도를 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잖아요”라고 말했다. 긍휼은 이같이 마음과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실현되는 사랑이다(눅 10:36~37). <다음 달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