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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절기 하누카와 유대인의 전통 음식들


나라마다 절기에 맞춰 먹는 음식들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에도 절기 때마다 먹는 음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에서 먹는 음식들은 중동의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절기들에 따라서 먹는 전통음식은 다르다. 음식을 통해서도 절기를 기억할 수 있게 유대인들은 전통 속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이야기한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크리스천에게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유대인에는 하누카(수전절)가 있다. 빛의 절기라고도 하는 하누카는 과거 헬라제국의 지배아래 있던 유대민족이 항쟁하여 일어났던 사건을 기리고 있다. 하누카는 유다 마카비라고 하는 제사장이 헬라인들의 제사로 인해서 예루살렘 성전이 더럽혀지자 이에 분개해 일어난 항전이다. 그 결과 유대인들은 예루살렘과 유대 땅을 회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 이렇게 세워진 왕조가 하스모니안 왕조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태어난 절기가 하누카이다.

하누카 때 켜는 촛대를 히브리어로 하누키아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촛대인 ‘메노라’는 가지가 7개인데 반해 하누키아는 9개의 가지로 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중앙 촛대를 제외하고 모두 8개의 가지가 있다. 이 촛대에 하누카 절기 8일 동안 매일 하나씩 불을 늘려간다.

이렇게 절기를 지키는 이유가 있다. 유다 마카비가 헬라인들을 물리쳐 성전을 수복하고 정화하던 중 성전의 불을 밝히기 위해서 기름을 찾았다. 그러나 기름은 불을 하루만 밝힐 수 있는 양만 남았다. 다음 기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7일의 정결기간을 거쳐야 했기에 성전의 불은 당장 꺼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불은 일주일간 타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하누키아의 8개의 불을 매일 하나씩 켜고 있는 것이다. 이 절기를 빛의 절기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하누카 기간이 되면 유대인의 상점과 빵집에는 이 절기에만 먹는 독특한 음식을 판다. 이 음식은 특히 기름과 관련된 음식들이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는 도넛이라고 하는 수브가니야이다. 다양한 형태의 도넛을 팔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그란 모양 위에 설탕 가루를 뿌린 도넛을 많이 판다. 도넛은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음식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도넛을 먹으면서 하누카를 기억한다.

또 하누카 절기에 먹는 음식이 감자전이다. 유대인들도 감자전을 즐겨한다. 아마도 한국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잘 먹을 음식을 꼽으라고 한다면 감자전이 가장 좋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기름을 가득 두른 프라이팬에 감자를 갈아서 팬케이크처럼 굽는다. 그리고 이것을 먹으며 하누카 절기를 지킨다.

감자는 14세기에 유럽에 전파된 식재료이다. 그 전에는 감자를 이용한 음식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감자전이 하누카 음식이 되었을까? 이전에는 감자전이 아니라 유제품이 하누카 음식이었다고 한다.

마카비 항전이 있었던 당시 헬라 군대가 유대의 한 마을에 침공해왔다. 풍전등화와 같은 마을의 위기를 구한 것은 유디스라고 하는 용감한 여인이었다. 이 여인은 침공해온 헬라 군대를 성대하게 대접하겠다며 헬라의 장군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집에 온 헬라 장군에게 유디스는 치즈와 우유로 된 음식을 대접하고 자신의 집에서 하루 밤 묵어가도록 청하였다. 한 상 가득 먹은 헬라 장군은 흡족한 마음에 잠을 청했고 유디스는 그 날 밤 헬라 장군의 목을 베어서 군대를 물러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유디스의 용기를 칭찬하면서 하누카 절기에 유제품으로 된 음식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제품보다 더 싼 감자가 보급되면서 유대인들은 감자전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기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브리스킷(Brisket)이라고 하는 고기요리이다. 이 요리는 비단 하누카에만 먹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절기에 먹는 주 요리이다.

이스라엘의 하누카 절기와 관련한 음식들에는 성경적 의미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만 그 절기를 지키는 것에 있어서 음식을 통해 이들이 기억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은 분명히 있다. 기름을 사용하여 음식을 한다. 기름은 성전의 기름과 연관 지어서 이해하고 있다. 성전의 기름은 그들의 성전이 어떤 상황이었고 어떻게 그들이 이 상황을 이겨냈는지를 기억하게 한다. 하누카는 그들에게 있어서 어두웠던 시간을 극복해 내고 다시금 예배의 처소를 지켜낸 절기이다. 그 순간을 밝힌 것이 하누카의 빛이었다. 모자란 기름에도 타올랐던 촛대를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기적을 기억하는 것이다.

올해도 하누카는 찾아왔다. 가게마다 상자에 도넛이 가득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도넛을 사들고 ‘학 싸메하’(즐거운 명절) ‘하누카 싸메하’(즐거운 하누카)를 외친다. 집집마다 고기가 익는 냄새가 나고 기름에 튀겨지는 음식들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서 움츠러 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서쪽벽 광장과 마을 곳곳 그리고 집 안에 하누키아를 켜고 음식을 먹으면서 이 빛의 절기를 기념한다.

아쉬운 점은 이 빛의 절기에 진정한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이 아직 이들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하누카의 촛대를 밝히면서 단 8일이 아니라 영원한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올해도 하누키아의 작은 촛대에 불을 밝히면서 이 유대 땅에 그리고 이스라엘에 나아가 온 세상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비춰지기를 기도한다.

김요셉 목사

 

기사입력 : 2020.12.20. am 08:4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