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롯왕(헤롯 대왕의 손자, 아그립바 1세)은 노회한 정치가답게 초대교회 최고 거물인 베드로를 치기 전에 먼저 백성들의 반응을 떠보고자 그보다 영향력이 약한 야고보(세베대의 아들)를 잡아서 칼로 죽였다. 유대인들이 이를 기뻐하는 것을 보고 잔뜩 고무된 헤롯왕은 내친김에 베드로까지 죽이려고 그를 잡았지만 때가 무교절 기간이어서 아무래도 명절이 끝난 후에 처단하는 것이 여론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용의주도했던 헤롯왕은 전에 대제사장과 사두개인들이 베드로 일행을 체포해서 감옥에 가뒀지만 기적적으로 탈출한 사건(행 5:17~20)을 기억하고서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베드로를 감옥에 가두고 네 명이 한 조인 군인 네 조가 단단히 지키도록 했다. 이처럼 절체불명의 위기에 처한 베드로를 위해 교회는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다’(행 12:5).

이제 날이 곧 밝으면 베드로는 공개 처형을 당할 처지였다. 그런데도 베드로는 두 군인 틈에서 쇠사슬에 매여서도 곤하게 자고 있었다. 얼마나 깊이 잠을 잤으면 그를 구하러 온 ‘주의 사자’가 베드로의 옆구리를 치면서 “급히 일어나라”고 깨워야 할 정도였다. 그러자 베드로를 묶고 있던 쇠사슬이 풀리고 베드로는 주의 사자의 명령을 따라 띠를 띠고, 신을 신고, 겉옷을 두르고 그를 따라 가면서도 이 모든 것이 생시가 아니라 환상을 보는 것으로 여길 정도로 비몽사몽 중에 있었다. 얼떨결에 주의 사자를 따라가다 보니 경비병들의 초소들을 지나 마침내 쇠로 된 출입문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그 문마저 저절로 스르르 열리는 것이었다. 감옥 문을 나와 한 거리쯤을 지나자 ‘천사’가 떠났다.

그제서야 베드로는 정신이 들어 “참으로 주께서 그의 천사를 보내어 나를 헤롯의 손과 유대 백성의 모든 기대에서 벗어나게 하신 줄 알겠노라”(행 12:11)고 함으로써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건지신 하나님(시 40:2)께 감사 찬양을 돌렸다. 이처럼 사도행전은 흑암의 세력들이 교회를 무너뜨리고 복음 전파를 방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음 전파자들에게 온갖 박해와 폭력과 심지어는 처형까지 일삼는다 해도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내셔서 사역자들을 보호하시고 더 큰 사역을 감당하게 하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예루살렘 성도들은 마가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 모여 베드로의 무사 귀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베드로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로데라는 소녀가 문을 열려고 나왔다가 베드로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반갑고 기쁜 나머지 문을 열지도 않은 채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베드로 사도가 돌아오셨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라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행 12:15). 로데가 계속해서 진짜로 베드로 사도가 오셨다고 했지만 어른들은 ‘베드로의 천사일 것’이라고 하면서 묵살했다. 베드로가 밖에서 계속 문을 두드려서 문을 열어 보고서야 그가 온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베드로는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을 구출해주신 과정을 말하고서 그곳을 떠났다.

베드로의 석방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초대교회가 막상 그 기도가 응답되어서 베드로가 돌아왔는데도 그 소식을 믿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금식하고 철야하며 기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불가능한 일이 될 리가 없지’라고 의심한다면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응답하셨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해서 받아 누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막 11:24).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