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의 순교와 함께 예루살렘에 불어닥친 박해의 피바람으로 인해 사방으로 흩어진 복음 전파자들이 이방 땅의 관문격인 안디옥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자 대부흥이 일어났다. 이렇게 구원 받은 자들이 바나바와 사울에게 1년 넘게 교육과 훈련을 받은 결과 ‘그리스도인’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기념비적인 교회가 이방 땅에 세워지게 되었다.

새로 태어난 안디옥 교회는 천하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막대한 피해를 입은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한 구제 헌금을 모아서 바나바와 사울의 편에 보내게 된다(행 11:19~30). 오늘 본문은 그들이 안디옥 교회의 부조(扶助)를 예루살렘에 전하고 돌아오기(행 12:25) 전에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박해에 관한 것이다.

사도행전 12장에 나오는 박해의 장본인인 ‘헤롯왕’은 예수님 탄생 당시 ‘헤롯왕’(헤롯 대왕, 눅 1:5)의 손자이자 훗날 사도 바울을 심문한 ‘아그립바 왕’(행 26장)의 아버지인 ‘헤롯 아그립바 1세’였다. 헤롯은 용의주도하게도 사도들의 대표격인 베드로를 먼저 치지 않고,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칼로 처형한 후 유대인들의 반응을 살폈다. 세상 말로 ‘간을 본’ 것이었다. 유대인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서 베드로까지 죽이려고 그를 잡았지만 그때가 유대인들의 최대 명절인 무교절 기간이었다.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던 그로서는 명절 기간에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명절이 끝나는 즉시 베드로를 처형하기로 하고 군사들을 동원해서 단단히 지키도록 했다.  

예수님과 스데반을 비롯한 성경에 나오는 순교자들 대부분은 종교적인 죄목이 씌워져서 처형되었다. 그러나 야고보와 베드로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즉 유대인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이유로 처형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헤롯 아그립바 1세 왕은 그의 가문 중에서도 가장 간악한 왕으로 등장한다. 교회 지도자들을 줄줄이 잡아들여 죽이려 하는 헤롯의 간계로 인해 초대교회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처형되기 전날 밤에 하나님의 사자를 보내셔서 사슬에 묶여서도 곤히 잠들어 있던 베드로를 깨워 기적적으로 옥문들을 통과해서 구출해주신다(행 12:4~10).

베드로의 극적인 구출 기사는 교회가 부흥 성장하고 선교의 장을 넓혀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흑암의 세력의 공격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때로는 그 위협이 너무나 커서 이러다가 전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도의 공포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주관하고 계시고,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하셔서 환난과 박해가 변하여 부흥과 성장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선진들’의 명단을 보여주는 히브리서 11장은 “(어떤 이들은 믿음으로) 칼날을 피하기도 하며…”(34절), “(또 어떤 이들은) 칼로 죽임을 당하고…”(37절)라고 기록하고 있다. 베드로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하나님의 구출을 받았지만 야고보는 간악한 헤롯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여기에는 우리 인간이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베드로와 야고보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천국의 하나님 품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문은 흑암의 세력들이 하나님의 일꾼들을 때로는 죽이기도 하고 감옥에 가둔다고 해도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는 흔들리지 않고 더욱 강하고 굳세게 되어 끝내 승리할 것을 보여준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