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도 외면한 고난의 삶, 주 안에서 희망 찾아
예수님이 인정한 믿음 구원의 은혜로 이어져

성경 마태복음 9장과 마가복음 5장 그리고 누가복음 8장에는 동일한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열두 해 혈루증으로 고통당하다 고침 받은 여인에 관한 내용이다. 예수님은 회당장 야이로의 부탁으로 그의 딸을 고치러 회당장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이 여인을 만났다. 성경에 이름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 여인은 열두 해를 병으로 고통당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으로부터 외면 받는 삶을 살았다. 여러 의사에게 자신의 병을 보였으나 가진 돈을 다 써도 병고침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병은 더 악화됐다고 성경은 설명했다.

혈루증은 만성 자궁 출혈로 생리와 무관하게 불규칙하게 출혈이 발생하고 한 번 하혈하면 출혈이 지속되는 병이다. 당시 유대사회는 이 병을 부정한 것으로 취급해 사람들은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 사회적 소외와 불이익을 당한 여인의 삶은 절망과 좌절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예수님이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셨다.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 그녀는 회당장의 집으로 향하는 예수님을 보았다. ‘예수님의 옷을 만지기만해도 나는 나을 거야!’. 병고침의 희망을 품은 그녀가 예수님 뒤에서 옷깃을 만졌을 때 그 순간 흐르는 피가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깨달았다. 예수님은 자신에게서 능력이 나가는 것을 느끼시고 돌아서서 물으셨다.

“누가 내 옷을 만졌느냐?”

제자들은 군중이 에워싸 밀치는데 누가 손을 댔는지 어찌 알 수 있겠냐며 퉁명스러워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자신에게서 능력이 나감을 알고 자신의 옷자락에 손을 댄 사람을 찾았다. 여인은 두려움에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모든 것을 말했다. 여인의 말을 들은 예수님은 “딸아,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안심하고 가거라!”하며 복을 빌어 주셨다.

혈루증 여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믿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눈에는 보이는 것 없고 귀에는 들리는 것 없고 손에는 잡히는 것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보여준 여인의 믿음을 주님은 인정하셨다. 그리고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막 5:34)라고 선포하셨다.

여인의 간절함은 육체의 회복은 물론 구원을 가져왔다. 정결법을 중시하며 여인을 외면했던 유대인들과는 달리 주님은 여인의 이러한 믿음을 높이 평가하시고 기적을 베풀어주셨다. 유대 사회의 상식을 뒤집고 소망의 빛이 되어 주시고 숨구멍이 되어 주시고 손을 잡아 주신 것이다.

혈루증 여인처럼 누구에게나 고난은 다가온다. 고난의 현실 앞에 주저앉거나 주께 나아와 믿음으로 간구하거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확실한 건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았던 여인처럼 믿음을 품고 예수께 나아간다면 우리도 그분의 위로와 기적을 통해 고난의 파도를 이기는 은혜를 체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