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 인류와 이스라엘의 역사가 기록된 역사책이다. 성경 한 구절은 한 개의 구절 이상의 의미와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함축하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과 구절들을 넓은 시야로 혹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게 접근함으로써 성경 전체를 조금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순복음가족신문은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기록한 성경구절의 행간을 풀어 성도들이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사건과 역사로 읽는 성경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앗시리아 침공 대비해 히스기야가 건설한 최초의 지하수로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실로암은 번역하면 보냄을 받았다는 뜻이라)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요 9:7)

어느 날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때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게 된 것은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물었다. 예수님은 이 질문에 대해 누구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침을 뱉어 흙을 진흙으로 이겨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바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순종해 실로암 못에 가서 눈을 씻었을 때 평생 앞을 못 보던 사람이 그 즉시로 볼 수 있게 되었다(요 9:1~11).

이 사건은 요한복음의 7대 기적 중의 6번째 사건이며 예수님의 후기 유대 사역 중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건의 배경인 실로암 못은 자연적으로 생긴 연못이 아니다. 누군가 땅을 파서 만든 우물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연못이 아니라 이방 족속이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를 대비해 인위적으로 만든 지하 수로이다.

로마의 수로 건설은 잘 알려져 있다. 로마는 정복지마다 도로와 수로를 건설했고 지금도 유적지를 보면 당시 로마인들의 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B.C. 700여 년 전에 지하 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수로를 만든 사람은 남유다의 14대 왕이었던 히스기야이다. 히스기야 왕은 훗날 이곳에서 예수님께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고치실 거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1. 앗시리아 왕 산헤립(Sennacherib)의 공격

이스라엘의 구약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4대 제국을 들자면 지금의 이집트인 애굽, 성경 명 앗수르인 앗시리아(Assyria), 바벨론 그리고 페르시아이다. 로마는 구약보다는 신약과 구약의 중간기부터 기독교 초기와 중세 이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제국이다.가나안 정복기와 통일왕국 때 자주 언급되는 블레셋은 온전한 국가적인 형태를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블레셋은 가나안 땅에 철기 문명을 유입시킨 이방 민족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짧은 기간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애굽 바벨론 앗시리아는 제국으로서 주변 여러 나라를 정복하며 이스라엘의 흥망성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B.C. 700년 경 히스기야는 앗시리아의 침공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었다. 앗시리아는 B.C. 722년에 이미 북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나라였기에 남유다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히스기야의 아버지였던 '아하스'는 친 앗시리아 정책을 펼쳤다. 아하스는 앗시리아의 디글랏 빌레셀 왕에게 사신을 보내 스스로 자신이 디글랏 빌레셀의 '신복이며 아들'이라고 자처하기도 했다(왕하 16:7).

그러나 히스기야는 앗시리아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원했고 종교개혁을 통해 이스라엘의 갱신을 추구하고 있었다. 히스기야는 바알과 아세라의 목상을 찍어 버렸으며 아하스가 행했던 우상 숭배를 철폐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처럼 받들고 있었던 모세가 만든 놋뱀(민 21:9), 느후스단을 부숴버렸다(왕하 18:4).

히스기야의 개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전을 정화하고 십일조를 부활시켰으며 유월절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대하 31:1~6). 히스기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앗시리아의 왕을 배반하고 섬기는 것을 거부했다(왕하 18:7). 이것을 빌미로 산헤립은 대군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쳐들어 왔다.

B.C. 705년 산헤립의 아버지 사르곤 II세가 정복 전쟁 중 사망을 했다. 산헤립은 급하게 왕이 되었는데 그 틈을 타고 여러 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산헤립은 내적인 반란을 강압적으로 잠재우고 반기를 드는 주변국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나갔다. 이스라엘의 침공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2. 난(難) 공사였던 히스기야 터널

반 앗시리아 정책을 펴던 히스기야는 앗시리아가 곧 침공해 올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앗시리아가 예루살렘 성을 포위할 것을 대비해 배수의 진을 치고자 했다. 그래서 예루살렘 성 안으로 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실로암 못이다.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실로암 못의 수원(水源)은 예루살렘 성 밖에 있는 기혼샘으로부터 물을 끌어들인 것이다. 실로암 못과 기혼샘은 직선거리로 320m 떨어져 있다. 그러나 수로를 직선거리로 뚫을 수 없었다.

 실로암과 기혼샘의 직선거리 사이에는 왕들의 무덤이 있었다. 왕들의 무덤 밑을 파 수로를 건설할 수 없었고, 그 외에 지질적인 문제 등도 있어 굽은 곡선의 형태로 수로가 건설되었다.

27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히스기야가 건설한 지하수로가 찬사를 받는 것은 역사상 최초의 지하 수로였다는 것과 양방향에서 지하수로를 파 들어가 중간 지점에서 합류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로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지하 동굴을 뚫어 중간에서 정확히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건설된 히스기야의 터널은 1838년 에드워드 로빈슨(Edward Robinson)에 의해 발견됐다. 그러나 549m이나 되는 지하수로 터널이 발견된 후 40여 년이 지나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지하수로를 파오던 사람들이 만났을 때를 기록한 비문이 발견되면서 이 고고학적 발견이 히스기야의 터널임을 알게 되었다. 1880년 이 터널에서 놀던 두 소년이 우연히 터널 위쪽을 올려다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히스기야 터널의 비밀을 벗겨줄 비문이 발견되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 세 규빗정도 남았을 때… 오른쪽에 갈라진 바위틈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목소리를(들을 수 있었고)… 일하는 사람들이 돌을 깨부수고 상대방을 만났다. 도끼와 도끼가 서로 부딪혔다. 그리고 1200규빗이 넘는 물의 근원지로부터 연못까지 물이 흘렀다. 일꾼의 머리 위로 100규빗 높이의 바위…."

히스기야 왕은 기혼샘에서부터 실로암 못까지의 지하수로를 완성하고 예루살렘 성 밖에 있던 기혼샘을 막아 물이 예루살렘 성 안으로만 흐르게 했다. 이것에 대한 성경 기록은 역대하 32장 30절에 기록되어 있다. "히스기야가 또 기혼의 윗샘물을 막아 그 아래로부터 다윗 성 서쪽으로 곧게 끌어들였으니 히스기야가 그의 모든 일에 형통하였더라."

히스기야는 이렇게 산헤립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히스기야 왕 14년에 산헤립은 유다를 공격했고 유다의 모든 성을 점령했다. 그리고 마침내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그러나 이사야의 예언대로 산헤립은 예루살렘을 정복하지 못했다. 산헤립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에 의해 18만 5000명의 군사를 잃고 니느웨로 돌아갔고 자기의 신 니스록의 신전에서 예배하고 있을 때 그의 아들 아드람멜렉과 사레셀에 의해 살해되었다(왕하 19:35~37). 이 사건이 있은 이후 70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던 소경은 예수님을 만나 실로암에서 눈을 뜨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상윤 목사 (순복음홍콩신학교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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