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리스도를 닮는 교회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3:18-19)

신약성경은 유대인들의 땅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방인들의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방인을 위한 사도’ 바울이 있다. 에베소서의 수신자 에베소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로 이방인이 주를 이루었다. 바울은 에베소서를 통해 에베소교회에 속한 다수의 이방인들 그리고 소수의 유대인들에게 그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담담하면서도 확신 있게 말했다.

  에베소, 에베소서, 에베소교회  

‘에베소서’는 ‘에베소’라는 도시에 세워진 ‘에베소교회’에 보내진 편지이다. 에베소는 소아시아, 즉 지금의 터키 지방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다. 당시로는 상당한 숫자인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그곳에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에베소는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던 만큼 우상숭배 또한 만연했다. 고대 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은 우상숭배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에베소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우상을 섬겼던 ‘신들의 도시’였다.

바울은 2차 선교여행 중 잠시 에베소에 들른 후 3차 선교여행 때 본격적으로 에베소에서의 사역에 뛰어들었다. 그때의 이야기가 사도행전 19장에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때 바울의 사역을 방해하기 위해 에베소의 우상숭배자들, 조금 더 분명히 이야기하면 에베소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자들이 큰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에베소의 우상숭배가 복음을 전하는 데 얼마나 큰 방해 요소였는지를 알게 해준다.

  에베소서의 구조  

에베소서는 다른 바울 서신과 마찬가지로 전반부 1장에서 3장까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설명을, 후반부 4장에서 6장까지는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이 마땅히 따라야 할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바울은 1장에서 찬양의 형식으로 복음을 설명하고 기도의 형식으로 자신의 바람을 표현한다. 에베소교회 성도들을 구원하기 위해 창세전부터 예정하시고 그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말씀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1:3~12). 뒤이어 이어지는 바울의 기도 역시 감격스럽다. 바울은 ‘지혜와 계시의 영’이신 성령님의 역사로 에베소교회 성도들이 구원의 은혜를 깊이 깨닫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1:15~23).

2장은 구원은 값없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은 하나가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3장은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은 바울이 자신의 사명을 이야기하는 내용과 에베소교회를 향한 또 한번의 바울의 기도가 등장한다. 이번 기도에서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기를 간절히 간구한다(3:18~19).

서신의 후반부 4장부터 6장은 그리스도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룬다. 에베소교회는 이방인이 주 구성원이었다. 그래서 바울은 에베소교회 교인들에게 그들은 이제 이방인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에 걸맞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별히 바울은 대조의 용법을 사용하여 이방 그리스도인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설명한다.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라”(4:22~24).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5:8).

에베소서 후반부의 교훈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며 짜임새가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인지 궁금할 때 에베소서의 후반부를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에베소서의 핵심 메시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에베소서의 핵심 주제는 ‘교회’이다. 에베소서는 교회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다(1:22~23). 교회 안에는 그리스도의 생명과 권능이 충만하다. 따라서 모든 성도는 교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아가 교회는 모든 성도가 하나 된 공동체이다. 하나 됨의 근거는 예수님의 십자가다. 십자가로 모든 죄가 사해지고 서로를 향한 정죄의 벽이 허물어짐으로 모든 성도는 “한 성령” 안에서 연합된 것이다(2:14~18). 그러므로 모든 성도는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한다(4:3).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된 새로운 삶

에베소서는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교훈이 풍성하다. 에베소교회의 성도들은 죄로 얼룩져 있던 이방 문화에 익숙했기에 더더욱 신자의 삶에 대한 가르침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에베소서는 음행, 탐욕, 희롱의 말, 술 취함 등 이방인들이 범하는 죄악을 끊고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고 말씀한다(5:1~14). 나아가 에베소서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생활까지 구체적으로 가르친다(5:21~6:9). 그 예로 남편은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한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고, 일하는 사람은 모든 일을 예수님께 하듯이 행하라고 말씀한다.

싸움의 승패는 영적 세계에서

에베소서의 특징은 영적 세계를 자주 언급한다는 것이다(3:10, 4:8). 특별히 6장 10~17절에 등장하는 전신 갑주에 대한 말씀은 보이지않는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6:11). 교회의 모든 사역의 성패와 교회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해결 여부는 영적 싸움을 이겼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달려있다. 어떻게 하면 영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진리’와 ‘의’를 따르고 ‘믿음’을 지키며 ‘평안’을 품고 마지막 때에 받을 ‘구원’을 소망하며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귀를 대적하면 가능하다(6: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