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요한복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우물가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예수님이 방문한 수가성에서 만난 여인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예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수가성은 어디에 있는 곳일까? 성경에서 말하는 수가성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위치한 나블루스, 곧 세겜을 말한다. 그리고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수가성이 자리 잡은 지역을 사마리아라고 한다. 사마리아는 지금의 서안지구 북부 지역을 말하고 있으며 우리가 성경에서 본 수가성이 바로 지금의 세겜이다.
세겜에는 두 가지 중요한 유대인들의 유적이 있다. 하나는 요셉의 무덤이고 또 하나는 야곱의 우물이다. 야곱의 우물은 수가성 여인에게 예수님이 물을 떠 달라고 한 바로 그 우물이다.
이 세겜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바로 에발산과 그리심산이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온 후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서 하나님의 저주와 축복의 말씀을 선포했던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사마리아인들이 살고 있다. 역사에 따르면 앗수르에 이스라엘이 멸망된 이후에도 남은 백성들은 그리심산에 성전을 짓고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민족에서 이후에 탄생한 유대왕조인 하스모니안 왕조에 의해 사마리아 성전은 무너지고 수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죽었다. 그 후로 계속 해서 유대인들과 정통성에 대한 반목이 있어 왔다.
그렇다면 현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이 사마리아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로 들어선 후 북쪽으로 약 1시간 10분을 달려 벧엘을 지나 들어서게 되는 가장 큰 도시가 나블루스, 바로 세겜이다. 이 세겜은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로 에발산과 그리심산 자락의 계곡 아래 자리 잡은 도시이다. 이 세겜에서 불과 10분 남짓 그리심산 자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 정상 가까이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사마리아인들은 자신들을 이스라엘의 12지파 중 므낫세 지파와 레위 지파 그리고 에브라임 지파의 정통이라고 한다. 그들은 현재까지도 가장 오래된 사마리아정경이라고 불리는 자신들만의 성경책을 보유하고 있다. 사마리아 성경의 언어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사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들은 지금도 성경을 오래된 히브리어로 읽고 있다.
사마리아인들은 주후 5세기까지 이스라엘에 약 200만 명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약 800명만이 남아있다. 그 동안의 전쟁과 개종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많았던 이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아주 적은 수만이 세겜의 그리심산과 홀론이라고 하는 갈릴리 북부지역에만 살고 있다. 특히 그리심산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세겜을 지키는 이들이라고 한다. 자신들은 아브라함과 야곱의 유산을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명맥을 이어 나갈 사마리아인들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세겜은 점점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터전으로 커져가고 종교 유대인들이 몰려와 그들의 터전이었던 그리심산에 정착촌을 세워가고 있다. 또 이로 인해서 생겨나는 불편과 충돌의 피해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들을 보며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떠올랐다.
예수님의 시대에 살던 이들은 유대인이든 사마리아인이든 모두 말씀과 율법에 목숨을 건 이들이다. 모두 자신들의 믿음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믿는 바가 맞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강도 만난 자를 지나친 레위인이나 제사장은 비난을 받을 수 없다. 그들은 율법대로 그 상황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율법은 곧 하나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지나가던 사마리아인은 율법보다 사람의 생명에 우선을 두고 구하게 된다. 여기서 이 이야기를 들었던 유대인 랍비는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둘은 언제나 누가 더 하나님의 율법에 충실한가를 두고 다투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사마리아인이야 말로 율법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던 것이다. 예수님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