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의 이단 파문

이전부터 서방에 속한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는 동방에 속한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와 전통적으로 반목하는 관계에 있었다. 키릴의 전임자이자 숙부였던 테오필루스는 403년 열린 '참나무교회회의'에서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를 여러 가지 죄목으로 고발하고 일방적으로 단죄한 뒤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좌에서 면직시켜버렸다. 황제의 군대에 의해 소아시아 폰투스 지역으로 쫓겨난 크리소스토무스는 407년 가을 유배지에서 죽었으며, 이로 인해 알렉산드리아 교회(서방)와 콘스탄티노플 교회(동방)는 감정적인 골이 깊어졌다. 이제 키릴과 네스토리우스로 인해 다시 한 번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428년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로 부임한 네스토리우스는 한 설교에서 당시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던 소위 '테오토코스 논쟁'(마리아의 칭호를 둘러싼 논쟁-지난 호 참조)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하나님의 성육신에 대해 올바른 안목이 없기에 자신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에 흥분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마리아가 정말 하나님을 낳으신 분인지 인간을 낳으신 분인지 알고자 했습니다 …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마리아는 신성을 낳지 않았으며 창조된 존재(마리아)는 창조되지 않은 분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피조물은 창조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구인 인간을 낳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거처할 수 있는 신전인 예수께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마리아에게서 나셨습니다." 네스토리우스의 관심사는 아들 안에서 육체와 신성이 긴밀하게 결합하여 있지만 혼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아들의 인성을 부인할 때 그가 당하신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해 키릴은 이집트 지방의 주교들과 수도승들에게 보낸 부활절 서간에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마리아의 테오토코스 칭호를 거부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키릴과 네스토리우스 사이에서도 편지를 통해 설전이 오고 갔다. 네스토리우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제(테오도시우스 2세)에게 공의회 소집을 요청했고, 431년 성령강림절에 에베소에 회의가 소집됐다. 키릴은 회의가 소집되기 전에 지지세력을 만들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로마교회와 황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키릴은 로마교회의 주교(교황 켈레스티누스 1세)에게 네스토리우스의 논제를 반박하는 편지를 보냈다. 라틴어로 자세히 설명된 키릴의 편지의 도움(?)으로 로마교회의 주교는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을 신성모독으로 확신했고, 430년 여름에 소집한 로마 교회회의에서 그를 단죄했다. 키릴은 자신이 관할하던 이집트에서 교회회의를 열어 네스토리우스를 파문했다. 좀 더 확실한 조치를 위해 키릴은 평상시에 선물로 호감을 산 황제의 시종을 통해서 황제와 왕후 그리고 풀케리아 공주에게까지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황제가 에베소에 소집한 공의회(431)에 참석하기 위해 키릴과 그의 지지자들은 일찌감치 회의 장소에 도착해서 자유롭게 정치적인 활동을 펴고 있었다. 그러나 네스토리우스는 '하나님의 어머니를 비방한 사람'을 향한 적대적인 분위기로 인해 황제의 친위대에 의해 감호 받고 있었기에 회의를 위한 사전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43명의 네스토리우스 지지자들은 육로를 통해 오느라 제때 회의에 도착하지 못했다. 키릴 측은 회의에 늦어진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결국 6월 22일 형식적인 절차들을 거쳐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파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198명의 주교들이 파문 결의에 서명함으로써 공의회는 일방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불운한 것처럼 보이는 이 일은 오히려 훗날 시리아와 인도, 중국 그리고 신라에 이르기까지 복음이 전파되는 계기가 된다.

김형건 목사(CAM대학선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