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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 알림문자 속에서 살아간다. 문자에선 ‘당신 가까이에 확진자가 있으니 주의할 것’을 경고하며 확진자들의 동선을 일러준다. 얼마 전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고 콜센터 상담원들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됐다.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아직 덜 익은 고구마 줄기처럼 하얗게 드러났다.

 어느 상담원은 새벽 일찍 여의도 증권가에 녹즙을 배달한 뒤 출근을 했다. 또 다른 상담원은 월화수목금 5일을 근무한 뒤 토일 이틀을 꼬박 8~9시간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른 한 상담원은 오전에 잠시 근무한 뒤 11시부터는 슈퍼마켓에서 배송 업무를 하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음식점에서 일했다. 고단한 그들에게 내려진 확진 판정은 오히려 격리의 시간을 통해 쉼을 누리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울컥했다.

 돌아보니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란 이렇게 많은 이들의 힘겨운 일상 위에 펼쳐진 셈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일상을 ‘소확행’(小確幸, 작고 확실한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왔으리라. 그래서 어느 신문의 논객이 “한국 사회의 소확행을 지탱한 건 지금은 ‘○번째 확진자’가 된 이들이 목숨 걸고 전해 준 녹즙과 보험상담 식료품 밥 한 끼였다”고 고백한 대목에선 오히려 숙연해졌다. 그 발견은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온 세계로 번지고 있는 전염병의 환난 가운데서도 우리는 낯선 깨달음을 얻고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뜻밖의 가치와도 만난다. 이런 깨달음과 만남 가운데 우주를 창조하시고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드러나리라. 그러니 지금은 잠잠히 어디선가 들려올 그분의 세밀한 음성에 귀기울일 때가 아닐까.

 

기사입력 : 2020.03.29. am 10:4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