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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로 보는 대재난과 그리스도인] ② 초대교회 내 이단의 등장

“이단의 창궐을 통해 깨닫는 참된 교회의 사명”

14세기 중세 시대를 휩쓴 흑사병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은 아니었지만, 2~3세기 초대교회 내 수많은 이단의 등장은 그리스도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영적인 대재난이었다. 전자는 누구나 그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반면에, 후자는 그 실체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교회에는 전염병보다 더 큰 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1. 초대교회 시대의 이단들

초대교회가 마주하게 된 이단들은 유형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 사이에서 생겨난 ①혼합주의적 이단이다. 영지주의, 마르키온주의(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분리), 몬타누스주의(2019년 9월 1일자 ‘교회사 산책’ 참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자에 대한 잘못된 주장을 가르치는 아폴리나리우스주의(2020년 2월 23일자), 아리우스주의(2019년 11월 24일자), 그리고 양자론과 양태론(2019년 11월 10일자) 등은 ②그리스도론적 이단으로 칭한다. 또한, 도나투스주의(2019년 10월 6일자)와 같이 잘못된 교회론을 가르치는 ③교회론적 이단이 있다. 마지막으로 에비온주의, 나사렛파 등은 ④유대교적 율법주의 이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영지주의적 이단

여러 이단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영지주의적 이단이었다. 영지주의라는 용어는 ‘지식’이라는 뜻의 헬라어 ‘그노시스’에서 유래했다(2019년 9월 22일자). 그들은 기독교의 가르침을 비틀어 구원을 주는 특별한 지식(그노시스)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지식’이란 단순한 정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된 ‘깨달음’ 내지 ‘통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들은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 세상의 창조주가 불완전하고 악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가르쳤다. 더 나아가 불완전한 창조주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죄를 짓는 것은 당연하며 죄책감이나 회개도 필요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죄가 아니라 사람들의 ‘무지’였다. 참된 구원이란 그리스도 십자가 대속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인간의 실존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지주의적 이단의 대표적 인물로서 발렌티누스와 바실리데스 그리고 마르키온을 꼽을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모두가 자신들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했다는 점이다.


3. 교부들의 대항

안타깝게도 이러한 영지주의적 이단의 실태에 대한 기록들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로마제국 모든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영지주의적 이단의 가르침이 큰 이슈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일부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물론, 제국 내 주요 교회의 영적 리더들 대부분이 영지주의적 이단을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옹(프랑스)의 이레네우스, 안디옥(터키)의 이그나티우스, 서머나(터키)의 폴리캅, 로마의 히폴리투스와 유스티누스, 카르타고(북아프리카)의 터툴리아누스, 알렉산드리아(이집트)의 클레멘스, 오리게네스와 같은 저명한 교부들의 작품을 비롯하여 에베소, 빌라델피아 및 소아시아 일대 여러 교회의 감독들에게 전달된 반영지주의적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 초대교회 내에서 감지되고 있던 영지주의적 이단의 위험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 초대교회 내 반향

초대교회의 영적 리더들과는 달리 많은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영지주의적 이단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것을 주장하는 이들로 비치지 않았다. 그들은 당시 지중해 세계에서 일반적이었던 그리스 철학의 우의적 해석법을 받아들여 성경의 이야기들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창세기 2장에 나오는 두 번째 창조 이야기를 가리켜 “인간의 내부에 있는 영혼의 빛으로 말미암아 창조주보다 더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고 이를 질투한 창조주가 불, 흙, 물, 바람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 곧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을 만든 이야기”라고 해석하는 식이다. 또한 물질세계의 창조주에 의해 불완전한 세상에 갇혀 버린 인간의 영혼은 자신의 참된 존재조차 망각하고 무지와 어둠 속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이것이 인간이 처한 실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분이 아니라 갇혀있는 이 세상을 벗어나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시는 분에 지나지 않는다.

영지주의적 이단의 대표적인 작품인 도마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 몇 구절을 읽어보자. “찾아라, 찾을 것이다. 너희는 그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도마복음 92)”,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게 될 때 너희는 비로소 너희가 살아계신 아버지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는 가난 속에 있으며 너희가 가난 자체이다(도마복음 3)”,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무엇을 몸에 걸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세상을 단식하지 않는다면 하늘나라를 찾지 못할 것이다(도마복음 27)”


5. 창궐의 원인과 참된 교회의 사명

영지주의적 이단의 이러한 해석은 본격적인 신학의 연구 전통이 없던 시대 헬레니즘 문화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타당하고 그럴듯하게 보였다. 더 나아가 고통스러운 삶 너머에 있는 희망을 제시하는 그들의 주장에 매료됐다. 우리가 보기에 이단들의 허무맹랑한 가르침이 어떻게 큰 반향을 얻을 수 있었는지 해답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 바울은 물론 많은 초대교회 영적 리더들은 영지주의적 이단의 위험성을 간파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전하는 신비한 ‘통찰’이 아니라, 진리와 생명되신 예수님만이 그들을 구원으로 인도하실 수 있음을 확신했던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관련하여 신천지 이단의 실태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만약 초대교회 시대 영지주의적 이단의 등장과 당시 영적 리더들의 대처를 교훈 삼는다면 지금 신천지라는 이단의 창궐 앞에 한국교회의 사명은 분명해진다. 우리는 먼저 ①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구원의 확신을 살핀 후 ②성령께서 조명하시는 말씀을 가지고 ③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부로 공감할 수 있는 참되고 영원한 희망을 전하는데 최고의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김형건 목사(CAM대학선교부장)


 

기사입력 : 2020.03.15. am 11:05 (입력)
김형건 목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