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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우리 삶이여!

‘피어라, 남자’라는 책이 있다. 오랜 도시 생활에서 몸과 마음과 관계가 시들대로 시들었을 때 지은이는 도시를 정리하고 지리산 아랫마을 어느 공동체로 숨어들었다. 그 뒤로 10년 넘게 농촌에서 농사짓고 집 짓고 밥 지으면서 살았더니 도시에서 살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봄날의 꽃처럼 활짝 피어 있더라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먼저 몸이 피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게 되니 몸의 리듬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자 자기 안에 잠자던 수많은 감각들이 살아났다. 입맛이 돌아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리듬에 몸을 맡겼더니 춤이 되었다. 피기 시작한 삶은 헝클어진 관계를 새로이 회복시켰다. 농사짓고 집 짓고 아내와 함께 일함으로써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주눅 들었던 마음에 자신감이 생기고 여유가 깃들었다. 아내의 생일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자신을 보며 참 오래된 삶의 습관들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와 들길을 함께 걸을 땐 처녀총각 때의 연애감정이 살아났다. 아이들 양육은 언젠가부터 엄마의 몫이 되어 나중에는 소외감을 느꼈는데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아빠에게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엄마를 통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하게 되자 비로소 아이들로부터 ‘아빠’의 자리를 회복했다.

2월은 봄을 기다리는 달이다. 봄은 만물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처럼 웅크린 모든 사람들에게도 봄은 ‘피어라’ 말하는 듯하다. 아직 피지 않은 삶이 추위에 얼어버린 시냇물 같다면 활짝 핀 봄날의 삶은 푸르고 맑게 흐르는 시내와 같다. 온 대지를 적시며 꽃을 피워내는 생명의 물길이다. 봄을 기다리는 계절에 우리는 크게 외쳐본다. ‘피어라, 우리 삶이여!’


 

기사입력 : 2020.02.16. am 11:30 (입력)